여자는 같은 여성의 미모나 재산에는 부러움이나 질투를 느낄지언정 교양이나 명석한 머리는 부러워하지도 않고 질투도 느끼지 않는 법이다.
#로마인_이야기 #시오노_나나미
인간이란 참으로 복잡미묘한 존재여서, 호평을 받은 일은 계속하고 악평을 받은 일은 그만두면 그걸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호평을 받았다고 해서 계속하다 보면 싫증을 내고, 악평을 받은 정책을 그만두고 정반대의 정책을 택하면 그때까지 비난을 퍼붓는 데 열심이었던 사람들이 뒤늦게 이전의 정책의 필요성을 깨닫고 부활을 요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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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일을 진행하는 방식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첫째, 일을 한 가지씩 끝내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방식.
둘째, 모든 일을 시야에 넣고, 그 모든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방식.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예술가를 예로 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후자에 속하고 미켈란젤로는 전자였다.
물론 이들 두 사람이 매사를 그런 식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니까, '기본적으로'라는 단서가 붙는다.
로마의 오현제 가운데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가 가장 중요한 황제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지만, 이들 두 사람도 그런 관점에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트라야누스는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미켈란젤로 타입이고, 하드리아누스는 레오나르도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켈란젤로 타입이 훨씬 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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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굶주릴 필요가 없으면 온건해진다.
과격함은 절망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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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은 요컨대 정직한 사람이 무참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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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연상의 여자가 '약해지는' 연하의 남자는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첫째는 아름다움이다.
단순히 용모가 준수하다기보다, 아름답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둘째는 젊음이다.
이것도 나이만 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선함이 피어오르는 풋풋한 젊음을 가리킨다.
이런 싱그러운 젊음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 젊은이도 많은 반면, 생기발랄한 중년 남녀를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번째 조건은 명석한 두뇌다.
지식보다 지력(인텔리전스)이 중요시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연상의 여인은 다음 세대의 승자가 될 수 있는 젊은이를 사랑하는 법이다.
네번째 조건은 풍부한 감수성이다.
자칫하면 감수성을 잃어버리기 쉬운 남편이나 동년배 남자들한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마음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그 마음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
마지막 조건은 야심이다.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여자의 마음까지 자극하려면, 출세하고 싶다거나 부자가 되고 싶다는 따위의 시시한 야심이 아니라, 야심을 품고 있는 본인이 누구보다도 그 야심의 실현에 불안을 느낄 만큼 커다란 야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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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진실이라고 해서 전부 다 쓰는 것은 아니다.
특히 후세의 평가에 영향을 줄 게 뻔한 이런 문제에서는 본인이 썼으니까 당연히 진실일 거라고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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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선결문제였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당사자 자신이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종다양한 인간이 섞여 사는 게 인간 사회니까 이런 부류의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그 조직의 기능은 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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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의 책무는 '안전'과 '식량'의 보장이다.
하지만 '안전' 보장이 우선이다.
안전만 보장되면, 사람들은 자기한테 필요한 식량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상태로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통치자의 책임이다.
'식량' 보장은 개인의 노력으로도 이룰 수 있지만, '안전' 보장은 개인의 노력을 넘어서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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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잡아두기 위한 최선책은 남자 곁에 계속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 곁을 떠나는 것이다.
따라갈 수도 없는 곳으로 영원히 떠나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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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책무 수행에 전념하고 있던 시기의 하드리아누스는 권력 유지에 민감했다.
권력은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절제를 잊어서는 안되었다.
바꿔 말하면 항상 남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
하지만 책무를 다 마친 이상, 권력 유지에 신경을 쓸 필요도 줄어들었다.
원로원이나 민중의 평판에 신경쓸 필요도 없어졌다.
하드리아누스가 인기보다 업적을 중시한 지도자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대로 업적보다 인기를 중시하는 지도자라면 평생 동안 남에게 마음을 쓰고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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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장성을 건설한 중국인과 도로망을 깐 로마인의 차이는 국가 규모의 대사업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벽은 사람의 왕래를 차단하지만, 가도는 사람의 왕래를 촉진한다.
국가 방위라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민족과의 왕래를 차단할 것이냐, 아니면 자국 내의 왕래를 촉진할 것이냐.
두 민족의 이런 사고방식 차잉는 결국 중국과 로마라는 고대의 두 강국의 운명까지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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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란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의 능력에 맞추어 그 사람들의 필요까지 충족시켜주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시스템을 창안한 사람의 능력과는 무관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시스템으로서 지속성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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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정보의 집적이다.
패권국은 예외없이 정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정보를 모은 결과가 지도로 나타나든 다른 형태로 나타나든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린 것은 어느 패권국가나 마찬가지지만,그래도 역시 차이가 있다.
취합한 정보를 통치자가 독점하느냐 아니면 공개하느냐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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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글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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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어떤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손아귀에 넣자마자 무엇보다도 우선 교육과 복지를 자기들 생각에 따라 다시 조직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실행하는 법이다.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뒤 기독교회가 한 일도 바로 그것이다.
그로부터 반세기 뒤, 로마 제국은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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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밀어내거나 배제하면서까지 위로 올라가는 짓은 죽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그런 사람이었다.
하드리아누스는 마르쿠스의 그런 면을 눈여겨본 게 아닐까.
하드리아누스도 출세를 위해 남을 배제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한 장수의 전공 뒤에는 수많은 병사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했다.
자기중심주의자가 오히려 철두철미하게 성실한 사람의 효용성에 민감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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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공용어는 라틴어와 그리스어였지만, 두 언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은 제 모국어가 섞인 라틴어나 그리스어를 쓰기도 하고 문법상 잘못을 저지르기도 쉬웠다.
마르쿠스는 올바른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우는 한편, 그런 사람의 말도 불쾌감이나 경멸감을 드러내지 않고 듣는 훈련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아는 것이고, 전달 방식 따위는 부차적인 것이다.
교수들은 상대의 어법이나 억양의 잘못을 바로잡으면 절대 안된다고 가르쳤다.
통치자 앞에서 입을 다무는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통치자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라니, 정말 훌륭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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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강하게 나오는 자에게는 무릎을 꿇고,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기고만장해져서 위압적인 태도로 나오는 법이다.
하드리아누스의 방위체제는 인간의 그런 속성을 잘 아는 사람의 두뇌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그가 광대한 제국의 변경을 구석구석 순행하면서 21년에 걸친 치세의 대부분을 보낸 성과가 모든 '방위선'의 철벽화다.
바꿔 말하면 사막 건너편에서 쳐들어오는 북아프리카의 유목민도,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영토 확대를 노리고 있는 파르티아도, 도나우 강과 라인 강을 건널 기회만 엿보는 북방 야만족도, '하드리아누스 성벽'을 넘어 남하할 기회를 노리는 칼레도니아 사람들도, 섣불리 덤비면 호된 반격을 당한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는 방위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현대에는 이것을 '억지 전력'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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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철벽화라 해도 방위시설을 경계로 안팎을 완전히 단절시킨 것은 아니다.
로마의 국경은 닫힌 국경이 아니라 열린 국경이었고, 하드리아누스도 로마의 이 전통을 계승했다.
장이 서는 날이면 방위선 바깥에 사는 야만족도 자신들의 산물을 가지고 방벽 안으로 들어와 팔고 또 로마의 물산을 사는 것은 늘상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일반인만이 아니라 그곳에 주둔하는 군단도 방위선 밖에서 필요한 물산을 구입했다.
야만족이 생산하는 물산을 구입하지 않고는 군단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물산 교류를 통해 야만족의 약탈 욕구를 떨어뜨리려는 정략이었다.
후세 연구자들은 이것을 '세미-로마화'(semi-Romanization)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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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를 공동체라고 번역하든 국가라도 번역하든, 고매한 이상을 내걸기만 하면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매한 이상과는 거리가 먼 공동체의 구성원까지 끌어들이지 않으면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성가신 문제가 남아 있다.
모든 인간이 동질적인 존재는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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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보다 1,350년 뒤에 태어난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공동체 구성원인 민중은 추상적인 일에 대해서는 잘못 판단할지다도 구체적인 일에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법이라고 한다.
사전을 보면 '형이상'(形而上)이란 '형체가 없어, 감각으로는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없는 것', 즉 '무형'을 뜻하고, '형이하'(形而下)란 '형체를 갖추어,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 즉 '유형'을 뜻한다.
형이상학적인 생각만으로는 정치를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말도 했다.
자유의 보장도, 법의 평등도 지극히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인민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안전과 식량에 대한 보장이다.
인민에게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게다가 그들의 최대 관심사와 관련된 형태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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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자는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운다는 격언이 있지만, 내 생각에는 현명한 자가 되고 싶으면 역사만이 아니라 경험에서도 배워야 한다.
'역사-책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를 공부하면, 자기 혼자서 평생 걸려도 얻을 수 없는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면에 자신의 '경험'은 역사에서 얻은 지식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또는 활용할 수 없는지를 가르쳐준다.
책상에서 배운 지식은 실제 체험과 맞물려야만 비로소 산지식이 된다.
정확히 정보만 얻을 수 있으면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과신이고, 그것을 토대로 대책을 세우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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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단련을 필요로 한다.
바꿔 말하면 이성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일을 오랫동안 게을리하면 통찰력이 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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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천재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뻔히 보면서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할 때 그것을 깨닫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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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럽의 북동부 일대는 기후가 좋지 않고, 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수렵민족이라서 가난하다. 가난하면 먹는 양이 줄어드니까 인구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르나, 그것은 문명국 사람들의 생각이다. 사냥을 하고 돌아오면 달리 할 일이 없다. 가난한데다 문명도도 낮으니까, 집에 방이 하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단칸방에서 뭐든지 다 한다. 섹스까지 한다. 할 일도 별로 없고 어릴 적부터 그런 광경을 늘상 보아서 익숙해져 있다면, 다신(多産)은 당연한 귀결이다. 자식을 낳아서 키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야만인이 아니다. 그래서 유럽 북동부 일대, 오늘날의 독일 북부와 동부, 폴란드, 스칸디나비아 반도, 체코와 슬로바키아, 그리고 옛 소련 국가들은 모두 날씨 같은 자연조건과는 무관하게 아이를 많이 낳았고, 저수지에 물이 차면 방죽이 무너져 물이 넘쳐흐르듯 인구가 많아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넘쳐흐른 물이 가는 방향은 늘 남서쪽이었다. 유럽 남서부는 농경이 활발하고 따라서 교역도 활발하고 생활이 풍요로웠기 때문이다. 사냥보다 농사가 생산성이 높다. 야만족이 용맹해서 침략한 것이 아니라, 야만족이었기 때문에 침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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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는 로마군의 최고책임자다.
이 사람이 전선에 있으면 그 전선의 전략은 황제가 결정한다.
전략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만 하면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시야에 넣고 그것을 종합해야만 세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승리를 거두어도 그것을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활용하지 못하면, 전투에는 이겼지만 전쟁에는 지기 십상이다.
'자각'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일관된 전략을 지탱하는 버팀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버팀대가 튼튼히 서있지 않으면 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쟁은 공격당하는 쪽만이 아니라 공격하는 쪽에도 '악'(惡)이다.
'악'이니까 빨리 끝내는 것이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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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따르면 사색이란 '두루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사색적인 것 자체는 칭찬을 받아도 좋은 성향이지만, 임기응변으로 재빨리 판단하고 신속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는 전시에는 결점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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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직면했을 때의 타개책은 중요성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실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다.
하지만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몇 가지 방책을 동시에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에 중요한 것은 신속한 결단과 단호한 태도, 그 두가지다.
빨리 판단을 내리고, 마음먹은 일은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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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선정을 베풀어도 반대자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만족하는 통치는 통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공적 또는 사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최고권력자에게 불만을 품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그럴 경우, 적당한 인물이 있으면 반대파는 그 사람을 추대한다.
이리하여 내란이 일어난다.
선제의 친아들이면서도 황제가 되지 못한 사람만큼 추대하기에 적당한 존재도 없다.
그리고 콤모두스는 아버지가 제위에 오른 해에 태어났다.
줄곧 황제의 외아들로 자란 콤모두스가 제위 계승에 밀려나면 그 자신도 석연치 않을 테고, 그런 그의 심사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도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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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武官)은 전쟁 전무가니까, 끝까지 갈 전쟁이 아니면 처음부터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
전쟁 전문가가 아닌 '문관'(文官)은 여론에 떠밀려 전쟁을 시작하거나 여론의 비난에 저항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전쟁을 끝내버리기 쉽다.
전쟁의 가장 큰 '악'은 끝난 뒤에도 찜찜한 여운을 남기는 것인데, 문관은 대부분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는 콤모두스도 '문관'이었다.
그리고 이 '문관'은 결과가 어떻게 되는 간에 빨리 전쟁 상태를 끝내는 것밖에는 염두에 없었다.
#로마인_이야기 #시오노_나나미
마르쿠스가 심취해 있던 철학은, 어떻게 하면 올바로 살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대답해줄지 모르지만, 인간이란 생물은 숭고한 동기로 행동할 수도 있고 비열한 동기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인간 사회의 현실까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역사다.
#로마인_이야기 #시오노_나나미
군대는 로마 시대만이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의 경우에도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조직임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처럼 출신 성분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다.
난세는 하극상의 시대이기도 하다.
조상 대대로 원로원 의원을 지낸 집안 출신이라든가 유력자와 인척 관계라는 것은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힘과 지혜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힘과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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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을 이치에 맞는 말로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백 명을 말로만 설득하기는 어렵다.
천 명을 말로만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위대 1만 명의 집단이었다.
그래서 선동이 먹혀들기도 하지만, 선동자가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만 명 단위의 집단을 장악하려면 무언가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카리스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카리스마도 때를 놓지면 효과가 없다.
#로마인_이야기 #시오노_나나미
주위 사람들에게 떠밀려 마지못해 황제로 나서는 것은 언뜻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난세에 가장 성공률이 높은 것은 스스로 강렬하게 원해서 나선 사람이다.
강한 의욕이 있으니까 목표 설정도 명확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을 선택할 때도 진지하다.
반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떠밀려 나선 경우에는 목표도 막연하고 수단을 선택할 때도 우유부단해서 모든 게 어정쩡해지기 쉽다.
'루비콘 강'을 건넌 이상, 어정쩡하게 행동하는 것만큼 해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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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 주머니를 직접 공격하는 정책에는 과민 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이고, 이것이 폭동이나 반란으로 발전한 뒤에는 군사력으로 억누를 수밖에 없다.
로마 제국의 경우에는 국경에 배치되어 있는 군단만으로는 충분치 않게 된다.
외적에 대한 방위만이 아니라 국내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도 군단을 출동시키는 사태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면, 그에 따른 군사력 증강은 군비 증대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또다시 세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납세자가 세금이 무겁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정도로 세율을 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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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공짜로 얻은 권리는 소중하게 생각지 않는다.
현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은 것도 이를 실증하는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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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 현상을 현대식으로 바꾸면 '브랜드는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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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이점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도 스스로 수습할 수 있고, 어떻게든 타개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은 전황이 불리해지면 당장 공황 상태에 빠져 도망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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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실이니까 믿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만 있으면 믿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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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상으로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현상에 즈음하여 드러나는 인간 심리는 되풀이 된다.
따라서 인간 심리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통찰력, 자기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상상력과 감수성, 이 가운데 하나라도 모자라면 과거에 성공했던 선례를 그대로 따른다 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에피소드는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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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는 누구나 살기 힘든 곳이니까, 사람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이 나는 곳은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황무지를 개척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바꾸려 할 정도라면 그것은 야만족이 아니다.
야만족은 잽싸고 손쉽게 목적을 이루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상, 이동하는 곳에 사람이 살고 있으면 붙잡아 노예로 삼거나 항복시켜 합병하는 두 가지 방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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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도 실력에 포함되지만, 실력만으로는 지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지위를 정당화하려면 실력만이 아니라 정통성도 필요하다.
세습제가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 것은, 아직 실력은 알 수 없지만 정통성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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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좋을 때인지 아닌지, 해도 좋은 상대인지 아닌지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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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지만, 병사들의 가슴속에서 불만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휴전기다.
그리고 불만은 절대적인 결핍이 아니라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더 많다.
유프라테스 강 주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로마 군사들이 굶주림에 시달린 것은 아니다.
다만 이웃 막사의 양식이 자기네보다 더 풍족한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런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최고 책임자의 단호한 태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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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예술에서는 그리스인에게 미치지 못하고, 체력에서는 육식민족인 갈리아인이나 게르만인에게 뒤떨어지고, 기술력에서도 에트루리아인의 가르침을 받고서야 그 정도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고, 경제적 재능에서는 카르타고인이나 유대인에게 훨씬 미치지 못한 것이 라틴 민족이었지만, 그 로마인이 이런 민족들을 모두 산하에 넣은 대제국을 세우고, 게다가 오랫동안 그 제국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은 자기가 가진 힘을 합리적으로 철저히 활용하는 데 집착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성공의 진짜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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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자유는 빼앗을 수 있지만 정신의 자유까지는 빼앗을 수 없다.
정신의 자유를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은 자존심이 그 자유를 떠받치고 있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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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인지, 인간 세계에서는 권위가 땅에 떨어진 뒤에 찾아오는 것은 남은 자들끼리의 단결이 아니라 분열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나로 묶는 역할을 맡고 있던 존재가 사라지면, 그때까지 자기보다 높은 존재에 묶여 있던 사람들은 일단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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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성으로서 매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일이지만, 여자는 권력을 손에 넣으면 당장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린다.
게다가 상대방이 궁지에 빠진 틈을 타서 그것을 이용한다.
#로마인_이야기 #시오노_나나미
군인은 정치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지만, 정치가는 군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치를 할 수 없다.
인간성의 이런 현실을 알고 있었던 로마인은 옛날부터 군무와 정무 사이에 경계를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했고, 거기에서 생겨나는 현실적이고 넓은 시야를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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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안전도를 재는 바로미터는 주민의 거주구역 주위를 지키는 방벽의 유무 이외에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모두 사회가 얼마나 건전한지를 반영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첫째, 주민의 거주지역이 방어하기 쉬운 고지대에 모여 있지 않고 평지에 분산되어 있다. 이것은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 정도를 반영한다.
둘째, 목축보다 농경이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가축은 여차하면 데리고 달아날 수 있으니까 사회가 불안전할 때는 목축에 주력하게 되지만, 농경이 활발하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평화롭다는 뜻이기도 했다.
셋째, 교통수단이 정비되어 있고 이동할 때 안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져 주민 공동체가 폐쇄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공동체와 개방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로마 제국 내부의 '글로벌화'다.
이것이 '팍스 로마나'의 참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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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출신 황제들은 말하자면 실력 중시 정책의 성과였다.
태생도 성장 배경도 비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그들이 제위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기득권층에 절망한 사람들이 실력있는 자의 등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력 중시 노선이 정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장점이 있으면 결점도 있게 마련이다.
실력주의는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동격이었던 사람이 오늘부터는 나한테 명령을 내리는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을 납득하고 받아들이려면 상당한 사려 분별이 요구되지만, 그런 합리적 정신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태생도 성장 배경도 자기와는 동떨어진 이른바 '귀골'에게 하층민들이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비합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 더 순순히 들어오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보다 비합리적인 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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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간은 어떤 사람의 생각 자체보다 올바른 행동이나 훌륭한 인격을 보고 그 사람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저렇게 인품이 고결하고 훌륭한 사람의 말이라면 틀림없이 옳을 거라고 생각해버린다.
어떤 사상이 얼마나 널리 퍼지는가는 뜻밖에도 사상 자체의 내용보다 그 사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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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명확한 '백'에서 명확한 '흑'으로 이동하려면 망설임을 느끼고 멈춰서버린다.
그 선을 넘으려면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백'에 이어지는 것이 '백'에 한없이 가까운 연회색이고, 그 회색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조금씩 진해져서 문득 깨닫고 보니 어느새 '흑' 부분에 들어가 있었다면, 선을 넘을 때 느끼는 저항감도 한없이 약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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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머리에 관을 씌워줄 사람이 없었던 것은 누가 황제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고 승인하는 것이 로마에서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로마의 신들은 노력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신이었지만, 인간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명령하는 신은 아니었다.
인간 세상의 인사에 참견하여 누구를 황제로 삼으라고 명령하는 신이 아니라, 인간들이 황제로 삼은 사람에게 황제가 된 이상 황제의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 우리 신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격려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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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클레티아누스가 로마 제국 후기를 특징짓는 이 제도를 만든 것은 군대 경력과 민간 경력 가운데 한쪽에만 종사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조직에 속하는 데 익숙해지고 책임을 갖게 되면 다른 분야의 간섭을 싫어하게 되는 법이다.
간섭을 싫어하게 되면 자기도 남에게 간섭하지 않게 된다.
자기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니까 남의 간섭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자기가 속한 조직을 비대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간섭이나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도록, 지금은 쓸모없는 물건이나 사람이나 부서도 계속 유지하기 때문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생각에 따라 조직된 로마 제국 후기의 관료 기구가 그의 의도보다 훨씬 비대해져버린 것도 이런 조직이 내포하는 성질에 원인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분야에만 종사하는 것'은 효율성만 생각하면 합리적인 체제로 보이지만, 깊은 함정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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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한 뒤에는 그 지방을 지배해야 하는데, 지배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정복당한 쪽의 저항감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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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모두스가 황제에 적임자인지 아닌지는 별문제로 하고, 친아들이 후계자 인사에서 배제되면 본인이 원하든 말든 상관없이 현직 황제에 반대하는 세력이 황제로 추대하기에는 가장 적당한 존재가 된다.
요컨대 내란이나 내전의 불씨가 되기 쉽다.
순조로운 제위 계승이 곧 정국 안정으로 이어진 시대, 친아들이 있는데도 적임성만 중시하여 다른 사람을 후계자로 선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국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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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참가자들의 의견을 좌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선동자와 거기에 큰 소리로 맞장구치는 몇 사람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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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패권 국가였던 나라의 주민은 이제 패권을 행사할 힘도 없고 그에 따른 특권을 모두 잃어버린 뒤에도 마지막까지 '긍지'는 잃지 않는다.
이것만은 남이 빼앗으려 해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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