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보게 소크라테스, 지금이라도 내 말대로 목숨을 구하도록 하게!
자네가 죽으면 내가 당할 불행이 한 가지가 아닐세.
나는 두 번 다시는 구하지 못할 친구를 잃을 뿐 아니라, 자네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돈을 썼더라면 자네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테니 말일세.
친구보다 돈을 더 귀히 여긴다는 평판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권했는데도 자네 자신이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고는 믿지 않을 테니 말일세.
#크리톤 #플라톤
사람들의 모든 의견을 존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의견들은 존중하되 다른 의견들은 존중하지 말아야 하며,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의 의견들은 존중하되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은 존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자네는 어떻게 말할 건가?
그건 옳은 말 아닌가?
크리톤 옳은 말일세.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좋은 의견은 존중하되 나쁜 의견은 존중하지 말아야겠지?
크리톤 그야 그렇지.
소크라테스 좋은 의견이란 현명한 사람들의 의견이고 나쁜 의견이란 어리석은 사람들의 의견이 아닐까?
#크리톤 #플라톤
그러니 자네도 심사숙고 하게, 우리가 이 믿음을 공유하고 자네가 나에게 동의하는지 말일세.
그리하여 불의한 짓을 저지르는 것도, 불의한 짓을 앙갚음하는 것도, 해를 입은 사람이 앙갚음으로 자기를 지키는 것도 결코 옳지 못하다는 전제를 우리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겠는지 말일세.
아니면 자네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이런 출발점을 공유하지 않을 텐가?
그것은 오래전부터 내 지론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네.
하지만 자네 생각이 그와 다르다면 내게 말해주고 설명해주게.
그러나 자네가 이전의 의견을 견지한다면, 그다음 것을 들어보게.
#크리톤 #플라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그대는 주장할 것인가, 명색이 미덕에 전념한다는 사람이?
아니면 그대는 지혜롭다면서, 그대의 어머니나 아버지나 그 밖의 다른 모든 선조보다 그대의 조국이 더 소중하고 더 존경스럽고 더 신성하며, 신들과 지각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높이 평가받는다는 것도 모르고, 그대 조국이 노여워하면 그대 아버지가 노여워할 때보다 더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더 공손하게 그대가 달래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가?
그리고 그대는 조국을 설득하거나 조국이 시키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야 하며, 조국이 내리는 벌은 태형이든 투옥이든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하네.
그리고 그대가 부상당하거나 전사하도록 조국이 그대를 전쟁터로 인도하면 그대는 거기에 응해야 하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네.
그대는 뒤로 물러서거나 후퇴하거나 대열을 이탈해서는 안 되고, 전쟁터에서도 법정에서도 그 밖의 다른 곳에서도 국가와 조국의 명령에 복종하거나, 아니면 무엇이 진정 옳은 것인지 설득해야 하네.
그리고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불경한 짓이라면, 조국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훨씬 더 불경한 짓이라네.
#크리톤 #플라톤
그러나 여러분 가운데 누가 우리의 재판 체계와 그 밖의 다른 국정운영 방식을 보고도 이곳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그가 우리의 어떤 명령에도 복종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네.
그래서 우리는 누구든 복종하지 않는 자는 삼중으로 불의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첫째, 그는 자기를 낳아준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 그는 자기를 길러준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네.
셋째, 그는 우리에게 복종하겠다고 합의해놓고는 복종하지도 않고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고치도록 우리를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으니 말일세.
우리는 그에게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가혹하게 다그치는 대신, 우리를 설득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제의할 뿐인데 그는 어느 것도 하지 않으니 말일세.
#크리톤 #플라톤
그러나 그대가 불의를 불의로, 악행을 악행으로 앙갚음한 뒤 우리와의 합의사항과 계약조건들을 어기고 그대가 가장 해쳐서는 안 될 그대 자신과 그대의 친구들과 조국과 우리들 국법을 해치고 나서 그렇게 수치스럽게 떠난다면, 그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가 그대에게 분개할 것이고, 저승에서는 우리 형제들인 저승의 국법이 그대가 있는 힘을 다해 우리를 유린하려 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대를 반갑게 맞지 않을 것이네.
그러니 그대는 크리톤이 권하는 대로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권하는 대로 하게나.
사랑하는 친구 크리톤이여, 잘 알아두게.
나에게는 국법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들리는 것만 같네.
#크리톤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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