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식량이라고는 물고기밖에 없다.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평등하게 그것을 나누어 갖는다.

그리고 거의 같은 구조의 집들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이 세상 악(惡)으로부터 너희들을 떨어져 있게 한다.

#바다의_도시_이야기 #시오노_나나미 

국가는 육지형 국가와 해양형 국가로 대별된다고 누구나 말한다.

나는 이 유형의 차이는 자급자족 개념의 유무로 결정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급자족의 개념이 있는 곳에서는 부득이한 필요를 느끼지 않는 한 교환의 사상은 생기지  않으며 그것이 정착하지도 않는다.

이 유형의 국가가 침략형 국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들 국가들에게는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는 것이 그저 단순히 자급자족의 폭을 넓히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급자족의 개념이 없는 국가는 그런 상태를 지속하는 한 침략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필요한 것을 교환으로 손에 넣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에, 영토를 확장해봤자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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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명분이 유효한 것은 행동을 할 때 정신적 기둥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행동의 진짜 목적을 교묘하게 숨기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즉각 개입하려고 하는 주변 강국들의 항의하는 입을 미로 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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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오르세올라 2세는 젊은 나이인데도 자기 편이란 그것이 강국이면 강국일수록 먼 데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기 편이 되면 설사 약한 나라라도 이것저것 견제하고 싶어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강대한 나라라면 더욱 성가신 존재가 된다.

가까운 데 있는 자기 편은 종종 먼 데 있는 적보다도 처치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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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말씀이 있었나니'가 아니라, 베네치아공화국에서는 '처음에 장사가 있었나니'였다.

그들은 중세의 '이코노믹 애니멀'이었다.

그러나 이 '이코노믹 애니멀'은 그렇게 되는 것에 조금도 열등감을 품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장사를 효율적으로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정치·외교·군사의 어느 면에서도 매우 섬세한 기술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되며, 그런 '아르테'(기술)는 작품을 남기는 '아르테'(예술)에 비해 재능으로서도 조금도 뒤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베네치아공화국은 '처음에 장사가 있었나니'로 1천 년 동안 살아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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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가 미움을 받는 것은 그들이 입 밖에 내서 말하지 않더라도 그들 자신이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이상주의가 실제로는 우스꽝스러운 존재이며, 이상주의자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가장 부적당하다는 사실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말기 때문이다.

이상주의자라고 자인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방법상의 잘못을 깨달을 만큼 현명하지는 않지만, 그들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나 그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예상했던 효과를 조금도 낳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처럼 하지 않는 현실주의자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주의자가 미움을 받는 것은 숙명이라고나 할 수밖에 없다.

이상주의자는 종종 자기 편인 현실주의자보다도 적인 이상주의자를 사랑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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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세운 계획을 착실히 실행하는 것뿐이라면 특별한 재능이 필요없다.

그러나 예정하지 않고 있던 사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는 데는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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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이 상승세에 있을 때는 개인주의를 방임해도 해를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은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일단 장애에 부딪쳤을 경우 국력과 개인의 능력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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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라 사람끼리의 대립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았다.

뛰어난 상재를 지닌 덕택으로 제노바의 해외식민지나 상업기지 내의 거주구는 대단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들이 또한 본국 정부와 자주 대립했다.

특히 그들이 반감을 품고 있는 가문이 정권을 손에 넣고 있을 경우에는 완전한 반국가적 행동을 거리낌없이 했다.

이런 상태에 있는 나라에서는 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느냐 하는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같은 것이 된다.

아무리 해도 정국안정의 전망이 서지 않았던 제노바인은 같은 나라 사람이긴 하지만 미운 적과 타협하기보다는 차라리 외국인에게 넘겨주어버리자고 생각하고 프랑스 왕이나 밀라노 공작에게 정권을 양보해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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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비참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전쟁에도 한 가지만은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

각자의 욕망을 단순화한다는 효능이다.

그때까지는 각자가 지니고 있던 불만이 이 전쟁을 끝까지 싸워냄으로써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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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가는 반드시 한 번은 전성시대를 맞는다.

그렇지만 전성시대를 몇 번이나 갖는 국가는 보기 드물다.

왜냐하면 한 번의 전성은 자동적으로 일어나지만, 그것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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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여자들에게 남자와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있는 소수의 민주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여자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예는 인류의 긴 역사상에서 두 가지 경우 외에는 볼 수가 없다.

클레오파트라나 엘리자베스 1세처럼 자신이 권력의 정점에 섰을 경우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에게 아내로서든 애인으로서든 가장 가까운 존재였던 경우뿐이다.

두번째 경우를 한 마디로 말하면 규방정치(閨房政治)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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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라는 것은 주인공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그 인물의 성격에 매력이 있든가, 그렇지 않으면 그 인물을 둘러싼 정세에 흥미를 갖고 있든가 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는 법이다.

쓰는 쪽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주인공은 이 두 가지를 겸비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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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이란, 피동적인 처지에 놓인 측이 입에 올리는 말이다.

행동의 주도권을 쥔 측은 언제나 비양식적으로 행동하는 법이다.

· 당시 한 베네치아인의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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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키아벨리도 썼듯이, 현실주의자였던 베네치아인들이 오류를 범하는 것은 자기들이 리얼리스트인 까닭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상대편을 이해 못하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을 테지 하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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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는 필요없는 전쟁과 필요한 전쟁을 쉽게 판별할 수는 없다.

너무 깊이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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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성기에는 시대가 편을 들어주니까 간단하다.

그런 시기에는 주도권이 이쪽에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하강기가 되면 일은 어려워진다.

시대가 편을 들어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동의 처지에 놓이면 벌써 주도권을 잃어버린다.

이 시기의 위정자들에게는 융성기의 위정자들보다도 한층 더 현명한 방향조정의 기술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을 뒤켠으로만 돈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비난할 수 있다면, 그것은 뒤켠으로 돌 수밖에 없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을 그들 자신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에 관해서만 그러하다.

그러한 재능은 인간의 능력 중에서도 가장 고급의 능력인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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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식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은 이 사람들을 후세의 우리들이 비웃을 수는 없다.

정치란 한치 앞이 칠흑의 어둠이라고 한다지만, 역사도 한치 앞이 어둠이다.

후세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미 일이 다 결판이 난 사시들, 즉 역사적 사실이나 역사적 현상들은 모두가 다 명쾌해진다.

그러한 시점에서 바라보고 글을 쓰는 한 당시 사람들의 기분을 이해하고 그것을 전달할 수는 없다.

후세 사람들이 보면 명백한 일, 자명한 일도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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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의 동맹관계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서로 존중하는 정신에서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3자에 대한 공포를 매개로 맺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지금으로서는 적으로 돌릴 필요가 없으니까 우선 맺어둔다는 그런 정도의 것밖에 안된다.

베네치아가 이탈리아의 여러 나라들고 맺은 동맹은 베네치아 이외의 나라들의 처지에서 보면 전자에 속하는 것이고, 터키와 맺은 동맹은 터키의 처지에서 보면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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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국가에 비해 육지형의 국가는 손바닥만한 땅에도 집착하는 법이다.

그리고 자기네 영토를 조금이라도 확장할 때마다 이상할 정도롤 만족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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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잃을 것이 있고 자치 욕구에 대한 배출구가 주어지기만 하면 어느 누구도 부질없이 급진화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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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들 나라가 하나같이 모두 군주제를 채택하는 것으로 대국이 될 수 있었던가를 밝혀보려면, 20세기으 우리로서는 먼저 군주제는 모름지기 악이라고 보는 프랑스 혁명 이래의 색안경을 벗어던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군주제에는 많은 폐해가 따르지만 이점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또 어떤 특정의 시대에는 가장 효율적인 정체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먼저 무엇보다도 혼자서 결단을 내리니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단을 실행에 옮기는 단계에서도 명령계통이 제대로 조직되어 있기만 하면 말단까지 전달되는 것이 간단하다.

게다가 공화국에서는 좀처럼 얻기 어려운 권위까지도 갖출 수가 있다.

또 군주 이외는 권한이나 책임을 분담하는 분업체제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전능적인 정치적 전문가를 많이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당시의 신흥국가에서는 무시 못할 이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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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치상의 절차는 참으로 느릿느릿한 것이 보통이다.

입법이건 행정이거 무엇이든지 혼자서 결정할 수 없고 웬만한 일은 모두 몇 사람과 공동으로 하게끔 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 사이의 의사 통일을 이루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완만한 진행방법은 촌각의 유예나 지체도 있어서는 안되는 경우에는 매우 위험한 것이 된다.

그래서 공화국은 이런 경우를 위해 (고대 로마 시대의 경우처럼) 임시적인 독재 집정관과 같은 제도를 반드시 만들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베네치아공화국은 근래의 공화국으로서는 강력한 공화국이다.

거기서는 비상시에 공화국 국회나 원로원의 일반 토의에 부치지 않고 권한이 위임된 소수 의원들 사이에서 토의하는 것만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방법을 써왔다.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에 눈을 뜨지 않은 공화국의 경우, 종래와 같은 정체를 지키려고 한다면 국가는 멸망하고 말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국가의 멸망을 피하려고 한다면 정체 그 자체를 때려부수지 않으면 안되는 벽에 반드시 부딪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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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득이 된다고 그들이 생각하게 될 그런 일을 계속 해나가는 것밖엔 달리 방책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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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초의 외교관으로 역사가이기도 했던 파올로 파루타는 그 의 저서의 하나인 『정치생활의 성숙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평화의 감미로운 과실을 맛보는 것이 모든 정치적·군사적 활동의 궁극의 목표이다.

군주국이든 공화국이든 국가의 목표를 군사에만 집중하여 전쟁을 되풀이하고 국경을 밖으로 넓히는 일에만 열중하는 것은 결코 그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다.

그 길은 많은 다른 나라 국민들을 지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의에 기초하여 자기 나라를 통치하는 일이며 국민에 대하여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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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웅의 나라가 영웅을 만들어 칭송에 열을 올린다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왜냐하면 영웅대망론이란 보답을 기대하지 못하는 희생을 지불할 각오와는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 도취에 잠기는 데 기여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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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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