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관은
첫째 북(鼓)이니, 북은 (병사의 진을) 정돈하게 하고, (병사를 지휘하여) 출동하게 하고, 진격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징(鉦)이니, 징은 (병사를 지휘하여) 머물게 하고, 후퇴하게 하고, 휴전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기旗니, 기는 (병사를 지휘하여) 군대를 일으키고, 군대를 제어하고, 군대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일러 삼관이라 하니, 세 가지 명령이 있으면 군대의 법이 다스려진다.
오교는
첫째 군사의 눈을 형형색색의 깃발로 가르치고,
둘째 군사의 귀를 명령의 가짓수로 가르치고,
셋째 군사의 발을 진퇴하는 절도로 가르치고,
넷째 군사의 손을 길고 짧은 예리한 무기로 가르치고,
다섯째 군사의 마음을 신상필벌信賞必罰로 가르치는 것이다.
오교를 각각 익히면 군사가 의지하여 용맹스러워진다.
구장은
첫째 해기(日章)를 들면 낮에 행군하고,
둘째 달기(月章)를 들면 밤에 행군하고,
셋째 용기(龍章)를 들면 물을 건너고,
넷째 범기(虎章)를 들면 숲을 행군하고,
다섯째 까마귀기(烏章)를 들면 비탈길을 행군하고,
여섯째 뱀기(蛇章)을 들면 연못을 건너고,
일곱째 꿩기(鵲章)를 들면 구릉을 행군하고,
여덟째 이리기(狼章)를 들면 산을 행군하고,
아홉째 활집그림기를 들면 양식을 싣고 멍에를 씌어 귀환한다.
#관자
굳게 수비함으로써(無守也) 승리를 지킬 수 있다.
자주 전투하면 군사가 피로하고, 자주 승리하면 군주가 교만해진다.
교만한 군주가 피곤한 백성을 부리면, 나라에 어찌 원망이 없을 수 없겠는가?
그러므로 지극한 선은 싸우지 않는 것이고, 차선책은 한 번 싸워서 대국을 만드는 것이다.
대국을 격파하고 강적을 이기는 것이, 한 번 싸워서 대국을 만드는 극치다.
적을 권변權變으로 어지럽히지 않고, 적을 괴이함으로 이간질하지 않고, (적에게) 속임수로 승리하지 않는 것이, 한 번 싸워서 대국을 만드는 실제 내용이다.
가까우면 (군대의) 실력을 쓰고 멀면 호령을 시행하여, 힘은 헤아릴 수 없고, 강함은 예상할 수 없고, 기세는 한정할 수 없고, 덕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한 번 싸워서 대국을 만드는 역량의 원천이다.
병력 모으기를 제철에 비가 내리듯이 알맞게 하며, 병력을 소개(寡)하는 것이 회오리바람이 일듯이 빠르게 하는 것이, 한 번 싸워서 대국을 만드는 최종 조건이다.
#관자
관중이 대답했다.
“사방의 경내를 사랑한 다음에 외국의 착하지 않은 무리를 미워할 수 있고, 경대부의 집안을 편안히 한 다음에 적국(救敵)을 위협할 수 있고, 작은 나라에 은혜를 내린 다음에 무도한 큰 나라를 벌할 수 있고, 어질고 훌륭한 신하를 등용한 다음에 법을 어기는 비천한 백성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왕은 반드시 먼저 세우고, 그 다음에 폐했으며, 반드시 먼저 이롭게 하고 그 다음에 해롭게 했습니다.”
#관자
환공이 또 물었다.
“옛날에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어떤 잘못 때문입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땅과 보물을 얻을 것만 계산하고 제후를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재부와 저축(委)만 계산하고 백성의 마음을 잃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친하게 여기는 것만 생각하고 버림받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나라가 쇠약해지고, 세 가지 모두 그러하면 멸망합니다.
옛날에 나라를 무너뜨리고 사직을 무너지게 한 것은 (임금이) 고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잠시 환락을 즐기다가 죄악에 빠지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관자
권력은 신성神聖이 의지하는 바다.
홀로 밝은 식견을 갖는 것(獨明)은 천하의 이기利器다.
홀로 결단할 수 있는 것(獨斷)은 견고한 요새(營壘)와 같다.
이 두 가지는 성인이 법칙으로 삼는 바다.
성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미(畏微)를 두려워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밝게 드러난 것을 두려워하니, 성인이 증오하는 것은 안(內)에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 증오하는 것은 밖에 있다.
성인은 장차 행동하려 할 때 반드시 미리 알고, 어리석은 사람은 위험이 닥쳐도 피하지 않는다.
성인은 때를 살펴서(輔) 때를 어기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잘 도모하나 때를 알아서 행동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때를 잘 살피는 사람은 짧은 시간이라도 공功이 많다.
일을 도모함에 주관이 없으면 막히고, 일에 준비가 없으면 폐廢하니, 이 때문에 성왕은 충분히 준비하는 데 힘쓰고, 신중히 때를 지킨다.
#관자
많은 백성을 얻었으나 민심을 얻지 못하면 홀로 길을 가는 것과 같고, 병장기를 완비하여 날카롭게 하지 않으면 병장기를 잡지 않고 전쟁하는 것과 같으며, 갑옷이 견고하거나 정밀하지 않으면 홑옷을 입고 싸우는 것과 같다.
쇠뇌(弩)가 화살을 멀리 날리지 못하면 짧은 병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과 같고, 쏘아도 명중하지 못하면 화살이 없는 것과 같으며, 명중해도 깊이 박히지 않으면 화살촉이 없는 것과 같다.
훈련받지 않은 병사를 거느리면 스스로를 죽이는 것(殘者)과 같고, 짧은 병장기를 가지고 멀리 날아가는 화살을 상대하게 하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군대를 동원하는 데는 큰 조리가 있다.
반드시 먼저 그 병장기를 점검하고, 그 병졸들을 점검하고, 그 장군들을 점검하고, 그 군주를 점검해야 한다.
#관자
군주도 큰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신하도 큰 죄를 저지를 수 있다.
나라는 군주가 맡아 주관하고, 백성은 군주가 다스리는 바다.
나라를 맡아서 백성을 다스리면서 백성이 싫어하는 사람을 파견하여 공무를 시키는 것이 군주의 첫 번째 잘못이다.
백성은 봄·여름·가을 세 계절에 농사일을 할 의무가 있는데, 이들의 노동력을 빼앗으면 농사에 힘쓸 수 없어 백성 노릇을 못한다.
이렇게 백성이 백성 노릇을 못하면 나라를 지키는 싸움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이것이 군주의 두 번째 잘못이다.
신하는 군주에게 높은 벼슬과 많은 봉록을 받으며 중대한 직무를 주관한다.
그러나 그 직분을 저버리고, 책임을 몰라라 하고, 군주의 안색을 살피며 순종하여 그의 사욕을 채우는 데 복종하고, 모든 일을 잘 이끌지 못하고 정상을 벗어나게 만드는 짓, 이것이 바로 신하의 큰죄다.
군주가 잘못이 있어도 바꾸지 않는 것을 ‘거꾸러짐(倒)'이라 하고, 신하가 죄를 지어도 징벌하지 않는 것을 '어지러움(亂)'이라 한다.
이렇게 군주가 나라를 거꾸러지게 하는 군주가 되고, 신하가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신하가 되면, 국가의 쇠망은 앉아서 기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도가 있는 군주는 반드시 그 근본을 붙잡고, 재상은 그 요점을 붙잡고, 대부는 법을 붙잡아서 신하들을 다스리면 신하들은 지혜와 힘을 다하여 그 군주를 위해서 일할 것이다.
이 네 가지를 잘 지키면 천하가 다스려지고, 어기면 천하가 혼잡스러워진다.
그러므로 명확한 규정을 정하여 굳게 지키지 않을 수 없다.
#관자
이들은 먼저 군주가 일을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실질적인 대권을 빼앗고, 나쁜 사람에게 징벌을 내리는 대권의 위엄을 빼앗는다.
밖으로는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군주를 협박한다.
명령의 하달을 막고 반포하지 못하게 하여 군주를 유폐시키기에 이른다.
이 네 가지 현상이 한꺼번에 일어나는데도 군주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도 그렇게 된다.
#관자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은 네 가지가 있고, 망하게 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궁중에 본처를 의심하는 첩이 있으면 이는 궁중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서손이 적손을 의심하면 이것은 가정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조정에 재상을 의심하는 신하가 있으면 이것은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재능이 없는 사람을 관직에 임용하면 이는 여러 관리들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군주가 이 네 가지를 식별하지 못하면 그 체제를 잃을 수밖에 없다.
여러 관리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각각 사심을 품으면, 군주는 자기 종족의 옹호를 잃는다.
나라의 측근 신하들이 보이지 않게 조직을 만들어 남몰래 일을 도모하며 시기를 기다리면, 군주는 바깥의 도움을 얻지 못한다.
안으로 종족의 지지를 잃고, 밖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두 가지 요인이다.
#관자
관자가 말했다.
자신이 선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라.
단청丹靑은 산속에 묻혀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들고, 아름다운 구슬은 깊은 물속에 있어도 사람이 알고서 캐내려 든다.
내가 과오를 저지를 수 있지만, 백성이 잘못된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백성의 관찰은 철저해서 선하지 않은 짓을 하고서 도망갈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선한 일을 하면 나를 명예롭게 하고, 나에게 잘못이 있으면 나를 깎아내린다.
백성에게 칭찬 듣거나 비난 듣는 것을 집에 가서 물어볼 필요가 없다.
#관자
관자가 말했다.
자신에게 죄를 돌리는 사람은 백성에게 죄를 얻지 않고, 자신에게 죄를 돌리지 않는 사람은 백성이 죄를 준다.
그러므로 자신의 잘못을 말하는 사람은 강하고, 자신의 절도를 다스리는 사람은 지혜로우며, 다른 사람에게 불선不善을 탓하지 않는 사람은 어질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잘못이 있으면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백성에게 돌린다.
자신에게 잘못을 돌리면 나를 두려워하고, 백성에게 좋은 일을 돌리면 백성이 기뻐한다.
기쁨을 백성에게 돌리고, 두려워함을 나에게 끌어옴, 이것은 현명한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관자
도는 멀리 있지 않지만 도달하기 어렵고, 사람과 함께 머물러 있지만 터득하기 어렵다.
그 욕심을 비우면 신神이 들어와 자리하고, 깨끗하지 못한 마음을 말끔히 씻으면 신이 머문다.
사람은 모두 지혜롭고자 하지만 아무도 지혜로워지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지혜여, 지혜여, 바다 밖으로 던져서 억지로 빼앗지 말아야 한다.
(바깥에서 속된)지혜를 구하는 사람은 자기의 마땅한 자리를 얻지 못한다.
무릇 바른 사람은 (바깥에서 속된) 지혜를 구하지 않으므로 허무虛無에 처할 수 있다.
#관자
뜻이 전일하고, 마음이 한결같고, 눈과 귀가 정확하면 멀리 떨어진 증험을 안다.
전일할 수 있는가? 한결같을 수 있는가?
복서卜筮를 쓰지 않고서도 길흉을 알 수 있는가?
(그칠 곳에서)그칠 수 있는가?
(하지 말아야 할 때)그만 둘 수 있는가?
남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깊이 생각하라.
깊이 생각해도 터드가지 못하면 귀신이 가르쳐준다"고 한다.
이는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기의 작용이 극에 달한 결과다.
#관자
(도는)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천하에 가득하여도 그 충만함을 보지 못한다.
(도는)안색에 모이고, 살갗에 감지된다.
그 오고감을 구하여도 아무도 그 때를 알지 못한다.
땅에 끝없이 펼쳐 있고, 하늘에 혼돈하니, 혼돈하고 혼돈하여 아무도 그 문을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도는) 입이면 소리가 나오고, 귀면 듣고, 눈이면 보고, 손이면 가리키고, 발이면 밟으니, 사물이 의지하는 바가 있다.
#관자
무릇 물은 부드럽고 맑아서 사람의 더러움을 씻어 주기를 좋아하니, 어질다.
보기에는 검지만 희고 깨끗하니, 순수하다. 헤어려 되질하지 않아도 가득 차면 그치니, 바르다.
어느 곳에나 흐르지 않는 곳이 없고 평평하면 멈추니, 의롭다.
사람은 모두 높은 곳으로 달려가지만 물은 홀로 낮은 곳에 거하니, 겸손하다.
겸손함이란 도道가 머무는 집이요, 군주 노릇하는 사람이 쓰는 도구이니, 물은 모든 것이 모이는 곳이다.
#관자
백성이 목숨을 바쳐 싸우면서도 군주에게 공덕을 드렸다고 여기지 않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크게는 선조의 무덤이 있는 곳이고, 농토와 주택이 있어 살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을 사람과 종족 사이에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군주의 교화와 풍속이 백성을 매우 사랑하여 다른 곳에 가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산림과 수리 시설이 살기에 넉넉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형이 험하여 지키기는 쉽고 적이 공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형벌이 엄하여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을 주는 것이 분명하여 충분히 권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을 깊이 원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에 큰 공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백성이 목숨을 바쳐 싸우면서도 군주에게 어떠한 공덕도 드렸다고 여기지 않는 이유다.
#관자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여섯 가지있다.
(백성을) 살리고, 죽이고, 부유하게 하고, 가난하게 하고, 귀하게 하고, 천하게 하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권력(柄)이란 군주가 쥐고 있어야 할 것이다.
군주가 처해야 할 곳이 네 군데 있다.
첫째는 문文이요, 둘째는 무武요, 셋째는 (준법의) 위엄이요, 넷째는 덕德이다.
이 네 가지 지위란 군주가 처해야 할 곳이다.
그 쥐고 있어야 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을 때 권력을 빼앗겼다고 한다.
그 처해야 할 곳을 남에게 넘겨주었을 때 지위를 잃었다고 한다.
권력과 지위를 잃고서 명령이 행사되길 바랄 수 없다.
법이 공평하지 않고, 명령이 온전하지 않음, 이는 또한 권력을 빼앗기고 지위를 잃는 원인이다.
그러므로 법을 왜곡하고 명령을 훼손함, 이것을 성군이 스스로 경계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귀한 신하라도 위엄을 가질 수 없고, 부유한 사람이라도 뇌물로 접근할 수 없고, 천한 사람이라도 섬기겠다고 나설 수 없고,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이 아첨에 가깝게 시중들 필요가 없고,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유혹하여 어지럽힐 수 없었다.
#관자
무릇 나라가 망하는 데는 네 가지 경우가 있다.
정령이 처음 제정되었으나 반포되지 않는 것을'엄몰淹沒'이라 하고,
(정령을) 반포한 뒤 완전히 시행되지 않고 중도에서 그치는 것을 ‘옹폐壅蔽'라 하고,
백성의 실정이 처음 개시되었으나 위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을 '폐색閉塞'이라 하고,
백성의 실정이 위로 전달되다가 중도에서 막히는 것을 '침능侵凌'이라 한다.
그러므로 대저 엄몰·옹폐·폐색·침능이 발생하는 까닭은 법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자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해야 한다.
백성이 부유하면 다스리기 쉽지만, 백성이 가난하면 다스리기 어렵다.
어떻게 그러함을 아는가?
백성이 부유하면 고향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가정을 중시한다.
고향을 편안하게 여기고 가정을 중시하면 윗사람을 공경하고 죄를 두려워한다.
윗사람을 공경하고 죄를 두려워하면 다스리기 쉽다.
백성이 가난하면 고향을 위태롭게 여기고 가정을 경시한다.
고향을 위태롭게 여기고 가정을 경시하면 감히 윗사람을 능멸하고 금령을 어긴다.
윗사람을 능멸하고 금령을 어기면 다스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다스려지는 나라는 항상 부유하지만 어지러운 나라는 반드시 가난하다.
그러므로 나라를 잘 경영하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한 뒤에야 다스린다.
#관자
무릇 도道란 형체를 채우는 것인데도 사람은 이를 지키지 못한다.
그것은 가면 돌아오지 않고, 오면 머물지 않는다.
매우 은미하여 아무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고, 홀연히 사람의 마음에 있으나 어두워서 그 모습을 볼 수 없고, 묵묵히 가라앉아 나와 더불어 함께한다.
그 형체를 보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차례로 만물을 이루기에 도道라고 한다.
무릇 도는 고정된 거처 없이 선한 마음에 은밀히 머문다.
마음이 고요하고 기氣가 다스려지면 도가 이에 머문다.
저 도는 멀리 있지 않으므로 사람이 얻어서 산다.
저 도는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사람이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홀연히 찾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득하고 아득하여 찾아도 끝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저 도의 특성은 소리와 언어를 싫어하여, 마음을 닦고 소리를 고요히 해야 도를 얻을 수 있다.
도란 입으로 말할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다.
(도란) 마음을 닦고 행위(形)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도를 잃으면 죽고, 얻으면 산다.
일을 할 때 도를 잃으면 실패하고, 얻으면 성공한다.
무릇 도는 뿌리도 없고 줄기도 없으며, 잎사귀도 없고 꽃도 없다.
그렇지만 만물을 낳고, 만물을 성장하게 하므로 도道라고 한다.
#관자
지나치게 베푸는 군주(惠主)는 상을 풍성히 하고 후하게 하사하여 나라의 재부를 고갈시킨다.
간악한 사람을 사면하고 과실이 있는 사람을 방면하여 법도에 해를 입힌다.
나라의 재부를 고갈시키면 군주의 권력이 쇠퇴한다.
법도가 느슨해지면 간사함이 다시 튀어 나온다.
그러므로 “모든 일에 너무 지나치면 도리어 패망한다"고 하는 것이다.
법도를 어기는 군주(侵主)는 사악한 일을 행하기 좋아하고 법도를 위배하여 스스로를 손상시키며, 어려운 일을 함부로 결단하여 총명을 가린다.
사람을 등용하면서 의심이 많아 사찰하고 몰래 살피기를 좋아한다.
일을 처리하는 데 일정한 기준이 없고 법령을 되풀이한다(申).
이를 깨닫지 못하면 나라는 장차 권세를 잃는다.
황망한 군주(芒主)는 눈으로는 오색五色을 마음껏 탐닉하고, 귀로는 항상 오성五聲을 그리워한다.
전후좌우 대신들의 건의를 고려하지 않고 간관의 의견을 듣지 않으니, 신하들이 이에 방자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군주의 권력이 크게 기운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해악이 장차 몸에 미친다.
사람을 잘 쓰지 못하고 홀로 번잡한 군주(勞主)는 자신의 직분을 판단하지 못하여 상하가 서로 간섭하고 군주와 신하가 뒤섞여 법을 어지럽힌다.
형벌을 지나치게 내려 백성이 두려워하고, 백성의 심경은 더욱 각박해진다.
그것을 없애지 못하면 장차 혼란에 빠진다.
그대로 두면 장차 위태로워진다.
뒤를 잇는 후사가 장차 어떻게 되겠는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군주(振主)는 즐거워하고 분노하는 데 일정한 법도가 없고, 형벌만 엄하고 사면하지는 않는다.
신하들이 두려워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면, 사람은 거짓으로 돌아간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법령이 나날이 쇠퇴하고, 나라는 견고한 기초를 상실한다.
혼매한 군주(芒主)는 진실하고 뛰어난 참모(通人情)에게 도리어 의심을 품고 신하를 믿는 법이 없다.
스스로 모든 정사를 처리하니 정사는 더욱 많아지고, 너무 많으니 다스리기 어려워서 더욱 혼매해지며, 혼매해지면 일에 완급을 구분해서 처리하지 못한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판단력이 흐려져서 여력을 스스로 잃고 함부로 엄벌을 남용한다.
그러므로 군주가 미리 헤아리고 심정이 안정되면, 관리는 엄숙하고 경건하게 되고 백성은 소박하고 화합하게 된다.
관공서에는 사악한 관리가 없게 되고, 조정에는 간신이 없게 되고, 민간에는 침탈과 다툼이 없게 되며, 세상에는 형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없게 된다.
#관자
꾸미기를 잘하는 신하는, 친함과 귀함으로 허명을 구하는 신하를 승복시키고, 벼슬과 녹을 담담하게 생각하여 고상함을 드러낸다.
허명을 좋아하면 실제로 입은 은혜가 없고, 고상함을 추구하면 통제하지 못한다.
『고기故記』에 “(대신이) 실제로 입은 은혜가 없으면 (군주가) 세력이 없으니, 고삐가 없으면 말을 어떻게 통제하는가?"라고 했다.
법도를 어기는 신하(侵臣)는, 일할 때 몰래 살피고 법령을 훼손하며, 사사로이 패거리 짓기를 좋아하고 사사로이 청탁을 행한다.
그러므로 사사로운 도가 성행하면 법도가 손상을 입으니, 형법이 많더라도 간사한 행동을 금하지 못하고, 군주가 벌을 엄하게 하면 민심을 잃는다.
아첨하는 신하(諂臣)는, 종과 북 같은 악기를 많이 만들고, 많은 미녀들을 화장시켜 군주를 미혹한다.
그러므로 군주가 미혹되면 주변 대신들의 건의를 즐겨 듣고, 언론을 담당하는 관리는 헛되이 녹봉만 누린다.
이 때문에 아첨하는 신하는 귀한 대우를 받고 법을 지키는 신하는 천하게 여겨지니, 이를 어둠 속에 고립된 군주라고 한다.
우매한 신하(愚臣)는, 죄명을 무겁게 하고 법을 두텁게 하는 것으로 준칙을 삼고, 부세를 무겁게 하고, 많이 거두어들이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그 결과) 자신은 남의 미움을 사고 군주는 비방을 받는다.
『고기』에 "어리석은 충성은 참소하는 적과 같다"하니, 이것을 말한다.
간사한 신하(姦臣)는, 백성의 실정을 몹시 고통스럽게 말하여 군주를 놀라게 하고, 반대의 무리에게 죄를 주는 옥사를 일으켜서 (같은 패거리에게는) 죄를 면해준다.
(같은 패거리에게) 죄를 면해주면 무고한 사람이 죄를 받게 되고, 무고한 사람이 죄를 받게 되니 같은 패끼리는 편안히 산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교묘히 떠벌여서 자기 세력을 확장하고, 군주가 충신을 잃게 한다.
어지럽히는 신하(亂臣)는, (거짓으로)자신의 공록을 사양하고, 공개적으로 아랫사람에게 후한 상을 주도록 청한다.
집에서는 조정의 우두머리를 비난하고, 조정에 나가서는 실력자들을 칭송한다.
아니라고 해 이름을 팔고, (모든 것을) 옳다고 해 군주를 손상시키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이를 보이지 않게 (군주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관자
무릇 천하를 소유한 사람이 인심을 공업功業을 세우면 황제가 되고, 정사政事로 공업을 세우면 왕이 되며, 정벌로 공업을 세우면 패자가 된다.
그래서 공업을 꾀하는 것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적국의 군주가 총애하는 신하를 찾아 그 권력을 분산시켜서 한 사람이 두 마음을 갖게 하면, 그들의 친근함(內)이 반드시 멀어진다.
대대로 충성하는 신하가 등용되지 못하면, 그 나라는 위태로워진다.
둘째, 적국의 군주가 미워하는 신하를 찾아 그들에게 뇌물을 후하게 주면, 그 나라의 정황이 아주 심각해진다.
(그러하면) 몸은 조정에 있어도 마음은 외국과 내통하고 있으니, 그 나라의 상황은 뻔한 결과를 불러온다.
셋째, (적국의 군주가) 음탕함을 즐기게 하여 그 마음을 허탄하게 만든다.
(그에게) 음악을 연주하는 미인을 보내서 조정의 정사를 돌보지 않게 하고, 아첨하는 신하와 좋은 말을 보내서 나라 밖의 정보에 어둡게 한다.
나라 안밖의 정보가 막히면 나라는 패망한다.
넷째, 적국의 군주와 반드시 매우 친밀하게 교제하여 마치 친형제처럼 어울리게 만든다.
(그 뒤) 보이지 않게 유세가를 잠입시켜 계책을 도모하게 하고, 용감한 무사들을 들여보내서 기세를 높이게 한다.
(그런 뒤) 다른 나라에 사람을 들여보내서 맹약을 배반하게 하고, 사신을 끊게 하고, 그 본뜻과 다르게 상황을 어그러뜨리면 곧 반드시 싸우게 된다.
두 나라가 서로 적대하면 반드시 폐단이 잇따른다.
다섯째, 적국의 군주가 계책을 깊이 살피게 하고, (그 나라의) 충신들을 공경으로 예우하고, 그들이 부리는 사람을 서로 이간시키고, 그들이 안에서 서로 믿지 못하게 하여 나라를 떠나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나라를 떠나려는 생각이 있으면 지휘를 할 수 없으니, 반드시 내부에서 서로를 죽이게 된다.
충신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 나라의 정권을 빼앗을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공업을 이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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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나라에는 ‘삼기三器'가 있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육공六攻'이 있다.
현명한 군주는 육공을 이기고 삼기를 세우기 때문에 나라가 안정된다.
어리석은 군주는 육공을 이기지 못하고 삼기를 세우지 못하기 때문에 나라가 안정되지 않는다.
삼기란 무엇인가?
①명령(號令), ②형벌, ③녹봉과 상(祿賞)이다.
육공이란 무엇인가?
①친족(親), ②貴戚귀척, ③재물(貨), ④여색(色) ,⑤아첨하는 신하, ⑥진귀한 물건을 좋아하는 것(玩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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