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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거쳐서 고통스런 마을로 가고 


나를 거쳐서 영원한 고통 속으로 가며


나를 거쳐서 저주받은 무리 속으로 간다. 


정의는 지존이신 나의 창조주를 움직이시어


성스런 힘, 최고의 지혜와 


태초의 사랑으로 하여금 나를 이루셨도다.


나보다 먼저 창조된 것이란 영원한 것 이외엔 


없으니, 나는 영원토록 남아 있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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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살아 본 일이 없는 이 비열한 자들은 


벌거벗은 채 거기 있던 왕파리와 


벌 떼에 의해서 심하게 찔리고 있었다. 


그 벌레들은 저들의 얼굴에 피를 흘리게 했는데, 


그 피는 눈물에 뒤섞이어 귀찮기만 한 


그놈의 벌레들의 다리에 엉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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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원 속으로 나를 들어서게 하였다. 


이곳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영겁의 하늘을 부들부들 떨게 하는 


통곡이 아닌 한숨뿐이었다. 


이는 어린아이들, 여인들, 사내들의 


엄청나게 많은 무리들이 지니고 있는 


신체적 고통이 아닌 괴로움에서 연유했다. 


선량하신 스승은 내게, “너에게 보이는 


이자들이 누구냐고 왜 묻지를 않느냐? 


더 나아가기 전에 네가 알았으면 한다. 


그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가치는 지니고 있어도, 


네가 믿는 신앙의 한 부분인 


영세를 받지 못했으니, 충분할 수가 없구나. 


저들은 그리스도교 이전에 있었으니 


하느님을 경건히 공경하지 않았다.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인 사람이다. 


다른 죄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런 결함 때문에 


우리는 저주를 받고, 오직 그 벌 때문에 


희망이 없는 열망 속에서 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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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제1원을 벗어난 제2원으로 내려오니 


그곳은 훨씬 더 좁은 지역이나 


눈물을 짜낼 만한 고통이 훨씬 더 하였다. 


거기 무섭게 서 있는 미노스, 이를 갈며 


들어오는 입구에서 죄과를 조사하여 


판단을 내리고 제 꼬리가 감기는 대로 보내더라. 


말하자면 죄스럽게 태어난 영혼이 


그 앞에 와 온통 고백을 하면 


죄를 판단하는 그 재판관은 


지옥의 어느 자리가 그에 맞는가 보아 


그가 내려 보내고 싶은 지역에 따라


그 원의 숫자만큼 꼬리를 휘감더라. 


그 앞엔 언제나 많은 영혼이 서서 


저마다 각각 심판을 받으며 


말하고 듣다가 아래로 향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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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았노라. 그러한 고통은 


이성을 욕망에 사로잡히게 한 간음 죄인들이 


그렇게 벌받도록 되어 있는 것을. 


추운 계절에 마치 찌르레기들이 


폭넓게 가득가득 무리 지어 날아가듯이 


저 바람이 사악한 영혼들을 이리저리 


아래서 위로 그렇게 몰아쳐 가니 


휴식은 고사하고 벌을 덜어 주어 


그들을 위안할 희망이 하나도 없구나.


마치 슬픈 노래를 부르며 기다린 선을 


하늘에 그리며 날아가는 학들처럼 


울음을 내지르며 저 폭풍에 


실려 혼들이 오는 것을,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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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할 때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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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우박, 더러운 물, 또 눈이 


어두운 하늘에 휘몰아쳐 오니, 


이를 받는 땅은 고약한 냄새를 피운다. 


잔인하고 유별난 짐승인 케르베로스가


세 개의 목구멍으로 개처럼, 


예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짖어대는구나. 


그자는 불그레한 눈, 무수한 검정 수염, 


널따란 배와 손톱을 기른 손을 가졌는데 


영혼들을 할퀴고 뜯어 갈기갈기 찢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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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는 내게, “넘쳐 버린 자루처럼 


시기로 가득 차 있는 그대의 도시가 


나를 고요한 삶으로 이끌었지. 


목구멍의 해로운 죄 때문에, 


그대 보다시피 비에 시달리고 있는 나를, 


그대의 동향인들은 치아코라 불렀지. 


슬픈 영혼이 나 하나뿐이 아니라오! 


이 모든 혼들이 비슷한 죄로 인해서 이렇게 


벌받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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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길, “스승이여, 이곳의 고통이란


저 위대한 선고가 있고 나면 더 커질 건가요, 


작아질 건가요, 아니면 줄곧 이대로일까요.” 


그러자 그이는 내게, “이제 너의 이론으로 돌아가라. 


일이 완전하면 그만큼 행복을 더 느낄 것이요, 


또 그만큼 고통도 그러하리라. 


저주받은 무리들이 진정한 완전 속으로 


절대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완전을 기대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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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pe Satan pape Satan aleppe!” 


쉰 목소리로 플루톤이 말을 시작하니 


모든 일을 아시는 고귀한 성현께서 


나를 위안코자 말씀하셨다. “겁에 질려서 


너를 해하지 말지어다. 저놈이 힘이 있다 한들 


이 바위로 우리가 내려가는 것을 막지 못 할 것이다.” 


그러고는 노기에 찬 그놈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 “저주받은 늑대 놈아, 아가릴 닥쳐! 


그 분노에 찬 채 불타 죽어라! 


우리가 깊은 곳으로 가는 것은 까닭없는 일이 아니라 


저 높은 곳 미가엘이 오만스런 폭력에게 


복수한 곳에서 바라는 바로다.” 


돛대 기둥이 부러져, 마치 돛폭이 


부풀어 오르고 휘말려 떨어지듯이 


잔인한 그 맹수가 땅에 떨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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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다른 곳보다 많은 떼를 보았으니 


그들은 이쪽저쪽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가슴의 힘으로 무거운 짐을 밀치고 있더라. 


그들은 저희끼리 엎치락뒤치락하더니 


하나같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외쳤다.


“왜 인색하게 돈을 쥐고만 있느냐?” 또 “왜 낭비하느냐?” 


이렇게 그들은 모욕적인 말을 되풀이하며 


양쪽으로부터 맞은 편을 향해 


캄캄한 원을 빙빙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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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스승이 말씀하시길, “얘야, 자, 보아라. 


분노가 집어삼킨 자들의 영혼을! 


그리고 너 확실히 믿기 바라는 것은 


어디를 보아도 네 눈이 네게 말해 주듯이 


물 밑에 한숨짓는 사람들이 있어 


물 위에 부글부글 물거품이 일고 있다는 것. 


진흙 속에 얽매인 채 저들은 말하길, 


‘햇빛 즐거이 비치는 달콤한 하늘에서 


마음 속에 괴로운 연기를 가졌기에 슬펐는데, 


이제 우리 시커먼 수렁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구나.’


이들은 분명한 말로 말할 수 없으니 


이 노래도 그들의 목구멍 속에서 그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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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신 스승께서, “여보게, 이제 가까워지는구나. 


무거운 죄를 지은 시민들, 그 망령 떼거리들을 


거느리고 있는 ‘디스'란 이름의 도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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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갑자기 피로 물든 지옥의 세 푸리아이가 


곧바로 쭈뼛 솟아 있었으니, 그들은 


여인의 몸체와 몸짓을 하고 있으면서 


푸른 물뱀의 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새끼 뱀과 뿔난 배암은 머리털을 갖고서 


무서운 관자놀이를 칭칭 휘감고 있었다. 


영원히 통곡하는 왕녀의 노예들을 


잘 알고 있던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길 


“저 표독스러운 에리니에스를 바라보라. 


왼쪽의 이것이 메가이라이며, 


오른쪽에 울고 있는 저게 알렉토이고


티시포네가 가운데 있다.” 그러고 나서 잠잠하셨다. 


저마다 손톱으로 가슴팍을 저미고 


손바닥으로 제 몸을 후려치면서 무던히도


크게 외치는지라 나는 무서워 시인께 달라붙었다.


“메두사는 오라. 우리 그놈을 돌로 변화시키리니.” 


저들은 모두가 아래를 굽어보며 말하였다.


“테세우스의 습격에 복수 못한 게 분하도다.” 


“뒤로 돌아서 눈을 감고 있어라. 


고르곤이 나타날 제 너 그를 본다면 


저 위로 돌아가기 영영 틀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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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증오를 사는 모든 악덕은 


불의가 그 목적인데, 그러한 목적이란 


폭력이나 기만으로써 다른 사람을 해친다. 


기만이란 사람만이 갖는 악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더욱 불쾌하게 하고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낮은 곳에 있으며 더욱 고통에 휩싸인다. 


그 첫 번째 원은 온통 폭력배들의 것인데 


폭력은 삼위일체신에 대해 행하는 셈이기에 


그것은 세 개의 둘레로 나뉘어 구성되었노라. 


하느님과 자신 또 이웃에게 폭력을 쓰는 것을 


네가 듣고 똑똑히 이해하도록 


내 그들과 그들의 소유물을 들어 말하겠다. 


폭력으로 죽음과 쓰라린 상처를 


이웃에게 입히고 또 이웃의 재산을 


파괴하고 불사르며 해를 끼쳐 약탈을 행한다. 


그로 인해 살인자와 중상모략 또 


불한당과 날도둑들이 이 첫째 둘레에서 


각기 여러 무리로 나뉘어 벌 받고 있느니라. 


인간이란 제 손으로 제 몸을 해칠 수 있고


자기의 재물에도 화를 입힐 수 있으니 


둘째 둘레에서 쓸모없이 뉘우치고 있는 자들은 


너희의 세계에서 제 몸을 스스로 멸하거나 


노름을 하여 살림살이를 없앴던 자들이며 


즐기며 지내야 할 거기서 슬피 울고 있다. 


마음 속으로 부정하고 겉으로 욕지거리하면서 


하느님의 본성과 덕성을 업신여기고 


하느님께 폭력을 부릴 수도 있는 저들이니라. 


그리하여 가장 작은 둘레는 소돔과 카오르사 


또 하느님을 마음 속을 깔보며 말하는 


사람을 화인(火印)을 찍어 표시하느니라. 


인간의 양심을 상하게 하는 기만은 


자기를 믿는 사람에게나 조금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나 사용할 수 있느니라. 


후자의 경우는 자연이 마련하는 


사랑의 매듭조차 죽이는 듯한데, 


바로 그렇게 둘째 원에는 


위선, 사탕발림 말, 또 홀리게 하는 짓, 


허위, 도둑질과 성물을 팔아 없애는 짓, 


주, 사기 등의 추잡함이 웅크리고 있다. 


다른 폭력은 자연이 만드신 사랑과 


아울러 이에 덧붙여 저절로 생겨난 


특별한 믿음마저 망각하고 있으니,


제일 작은 원, 디스가 그 위에 얹혀진 


우주의 한가운데 지점인 그곳에서 


모든 반역자들이 끝없이 고통당하고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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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을 계곡으로 돌려 보아라 


피의 강물이 가까이 오리니, 그 속에서 


폭력으로 남을 해친 자가 삶아질 것이니. 


오, 눈먼 탐욕이여, 바보 같은 분노여. 


짧은 인생 동안 우릴 휘둘러 놓고 


그 뒤 영겁 속에서 그리도 고통스럽게 덮치는구나.


나는 활처럼 둥근 큰 구렁을 보았는데 


그것은 마치 벌판을 온통 감싸고 있는 듯하여 


나를 안내하는 분이 말씀하신 대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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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나를 건드리시며 말씀하시길, “저게 네소스로다. 


아름다운 데이아네이라 때문에 죽음을 당했고 


바로 자신이 제 원수를 갚았던 자로다. 


그리고 한가운데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가 


엄청난 케이론인데 아킬레우스를 교육하던 놈이고 


또 다른 놈은 저리도 분노 가득한 폴로스다. 


저들은 수천 명씩 그 구렁 주위를 맴돌며 


허용하는 한도를 벗어나 더 많이 


핏물에서 벗어나는 망령들에게 화살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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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우로스가 말하길,“이쪽에서 점차 


얕아지는 끓는 피가 네가 보는 것처럼 


저쪽에선 점점 더 깊어져 


폭군의 악이 고통 받기 좋은 곳으로 


떠내려갈 때까지 


가라앉아 있기를 네가 바라고 있구나. 


저쪽에서 신의 정의는 땅에서 


채찍을 휘두르던 아틸라와


피로스와 섹스투스를 괴롭히고 있으며 


길에서 싸움을 무던히도 많이 하던 


코르네토의 리니에르와 리니에르 파초를 


끓여 놓아 영원토록 눈물 흘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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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커다란 나무줄기의 실가지 하나를 꺾었더니 


그 줄기가 소리쳤다. “왜 날 꺾는가?"라고. 


곧이어 검붉은 피가 철철 흐르게 되자 


그것은 다시 말을 시작하여, "왜 나를 해치느냐?


네놈은 자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나? 


우리들은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숲이 되었다. 


우리가 뱀의 영혼이라 하더라도


네놈의 손은 그보다 자비로워야 했으련만.” 


마치 한쪽 끝이 불타는 푸른 나뭇가지가


다른 한쪽 끝은 진물을 뿜으며, 때마침 부는 


바람 때문에 피직피직 소리 내는 것과 같이 


부러진 나무로부터 말소리와 피가 한데 어울려 


터져 나와 나는 그 실가지를 


떨어뜨리고는 질겁한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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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나무가 세찬 바람을 일으켰는데 


조금 있다가 바람은 이런 소리로 변했다. 


“그대들에게 아주 짤막하게 대답하리라.


사납던 영혼이 육신으로부터 


스스로가 떨어져 나왔을 때 


미노스가 그를 일곱째 구렁으로 보냈다오. 


이자는 숲으로 떨어지는데 어느 부분을 택하지 않고 


운명이 그를 몰아붙이는 곳에서 


호밀의 씨앗처럼 싹을 틔웠지요. 


그리고 실가지로 피어올라 야생초가 되었는데 


하르피이아가 그 잎새를 뜯어먹으면서 


고통을 주니 그 아픔에 틈새를 냈다오. 


남들처럼 우리 영혼도 육신을 찾아갈 것이지만 


다시는 아무도 육신을 입을 수 없으니 


이는 버렸던 것을 다시 갖는 게 옳지 못한 때문이오. 


우리는 그것을 여기에 끌어 왔으니, 


그 육신은 너 나 없이 슬픈 숲이 되어 


원수 같은 제 혼의 가지에 걸려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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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머리는 순금으로 되어 있고


팔과 가슴은 진짜 은으로 되어 있으며 


가랑이까지는 놋쇠로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아래쪽으로는 온통 무쇠고 


단지 오른발은 진흙으로 되어 있는데 


다른 발보다 이 발로 버티고 서 있었다. 


순금 이외는 어느 부분이고 모두 부서졌는데 


그 갈라진 틈새로 눈물이 방울져 


한데 모여 저 바위를 꿰뚫고 있더라. 


그 물줄기는 바위를 돌고 돌아 이 계곡에 와 


아케론, 스틱스 또 플레제톤 강을 


이루고서 이 좁은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마지막으로 더 내려갈 수 없는 곳에서 


코치토스를 이루는데 그것은 마치 늪과 같구나.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보라, 독 있는 꼬리를 지닌 짐승을, 


그놈은 산을 넘고 성벽과 무기를 부순다. 


보라, 온 세상에 고얀 냄새를 풍기는 저놈을!” 


나의 길잡이께서 이처럼 내게 말한 후 


그놈에게 눈짓해 대리석 강둑 끄트머리에 


위치한 언덕배기로 그놈을 오라 했다. 


그러자 저 더러운 기만의 모습이 와서 


머리와 가슴패기를 언덕 위에 걸쳤으나 


꼬리는 끌어당기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틀림없는 사람의 얼굴이었는데 


겉은 의젓한 사람의 살갗이지만 


잔등이는 온통 뱀의 그것을 지녔다. 


앞발 두 개는 겨드랑이까지 털이 돋친 채 


등과 가슴과 양쪽 옆구리엔 


매듭과 작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는데, 


타타르 사람과 터키 사람들이 짜는 베도 


그만한 색채가 없고 그만큼 올이 곱지 못하며 


아라크네도 그런 베를 짜내지 못했으리라. 


마치 때때로 나룻배들이 강가를 따라서 


일부는 물속에 더러는 뭍에 있는 것처럼 


또 마치 저쪽의 먹성 좋은 독일인 가운데 


물개가 싸우려고 앉아 있는 것처럼 


그 나쁜 짐승도 모래가 쌓인


바위 강둑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지옥에 말레볼제라 부르는 


곳이 있는데, 구렁을 빙그르 둘러싼 것처럼 


무쇠 빛의 바위로 온통 둘려 있다. 


사악한 벌판 바로 한가운데 


아주 넓고 깊은 웅덩이 하나가 요동친다. 


나 그 모양새에 대해선 제자리에서 말하리.


웅덩이와 높고 험한 벼랑 사이에 


남겨진 저 테두리는 둥그런데 


바닥엔 열 개의 고랑을 지니고 있다. 


성벽을 보호하기 위해 하고많은 


못(池)들이 성을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내가 서 있는 곳 또한 


그러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구나. 


또한 그러한 요새에는 성문 입구에서부터 


바깥 언덕까지 작은 다리들이 놓여 있듯 


바위 밑바닥에서 돌다리들이 뻗어 나가 


언덕과 못을 건너 웅덩이에 이르러서야 


끊어져서 한 곳에 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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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색한 가슴팍을 마음에 새겨 보시라. 


이렇게 말하는 동안 마귀 하나가 회초리로 


그를 후려치며 말했다. “꺼져라! 이놈의 뚜장이야! 


돈줄 당길 계집은 여기 없으니!” 


나는 나의 보호자에게 다가섰는데, 


몇 걸음 지난 후 우리가 이른 곳에 


언덕으로부터 돌다리 하나가 쑥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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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기 다른 굴속에서 


괴로워하며 코를 훌쩍거리는 무리들이 


제 손바닥으로 제 몸을 치는 소리를 들었다. 


밑에서 피어오르는 독기가 벼랑을 감싸고 


곰팡이는 더덕더덕 싹터 올라서 


눈과 코를 한사코 괴롭게 만들었다. 


바닥이 어찌나 깊은지 다리가 솟아 있는 


아치문의 꼭대기에 오르지 않고선 


그것을 바라볼 수 없었다. 


여기에 우리가 와서 저 아래 깊은 곳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그들은 인간의 변소에서 


가져온 똥물 속에 휘감겨 있었다. 


그곳에서 저 아래로 눈을 뜨고 찾아보는 동안 


속인인지 성직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 하나가 머리에 똥을 뒤집어쓴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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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에서부터 앞가슴까지 뒤틀린 듯이 보였는데, 


이는 저들의 얼굴이 등 쪽을 향하고 있어 


앞을 바라볼 수 없게 돼 


뒤쪽으로 걸어가고 있음이다. 


어쩌면 누군가 중풍 때문에 


그토록 온전히 뒤틀렸을 수도 있겠지만


내 보기엔 그렇지 않았고 그럴 성싶지도 않구나. 


독자여, 하느님께서 그대로 하여금 이걸 읽음으로써 


열매를 거두게 하소서.그대는 이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라. 우리와 같은 형상을 지닌 자가 


그토록 뒤틀려 있으면서 괴로운 눈물이 


등골을 타고 엉덩이를 적시고 있음을 가까이 보고서


내 어떻게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한 죄인의 허리가,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그 마귀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는데 


그의 발은 힘줄이 도드라져 보였다. 


우리네 다리에서 그가 말하길, “오, 말레브란케여! 


성 치타를 다스리던 자가 여기 있으니, 


놈을 처박아라. 난 저런 놈을 


가득히 모아 둔 그 고을로 돌아가리니, 


본투로 이외엔 그 고을에선 모두가 도둑놈들인데


‘아니오'가 돈으로 하여 '예'로 바뀐단다.” 


그놈을 밑으로 던지고는 굳건한 돌다리로 


향했는데, 이는 풀어 놓은 개라도 


도둑을 쫓는 데 이보다는 민첩하지 못하리라. 


그놈이 물에 풍덩 잠겼다 다시 올라섰으나 


다리에 숨어 있던 마귀들이 외쳤다.


“여기엔 거룩한 얼굴도 없고 


또 여기는 세르키오에서처럼 헤엄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들의 작살에 찍히지 않으려면 


역청 위로 떠오르지 마라.”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그러나 바르바리치아가 가까이 접근하니 


그놈들은 부글부글 끓는 역청 밑으로 숨었다.


나는 다른 놈이 뛰어드는 동안 혼자 


남은 개구리와 같이 기다리고 서 있는 


죄인을 하나 보았는데, 아직도 내 마음이 부들거린다. 


제일 가까이 있던, 그라피아카네가 


역청에 찌든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어 


끌어내니, 마치 물개와 같았다. 


나는 벌써 그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데, 이는 


곧 저들이 말라코다에게 선택될 때 눈여겨보았으며 나중에 


마귀들이 서로 부르는 소리를 귀담아 들었기 때문이다.


“오, 루비칸테야, 손톱을 저놈의 등허리에 찔러 


저놈의 껍데기를 벗기렴!"하고 


저주받은 자들이 한데 어울려 소리치고 있었다.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우리는 저 아래서 물들인 사람들이 


아주 느린 걸음으로 맴도는 걸 보았는데 


그들은 울고 있었으며 얼굴은 피로에 지쳐 있었다. 


그들은 클루뉴이에서 수도사들이 하는 식으로 


말아 입은 망토에 눈앞까지 내려오는 


나지막한 카푸치오를 걸치고 있었다. 


겉은 눈부시도록 찬란한 금빛 망토였으나 


속은 한결같이 납인지라 무게가 대단해 


페데리코가 입히던 것은 차라리 지푸라기처럼 가벼웠다.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나 그 안에서 무시무시한 뱀 떼를 


보았는데, 그 꼴이 하도 치가 떨려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피가 뒤집힌다. 


리비아 사막이 그 모래를 더 자랑하지 못할 것이다. 


무자치, 흙 파는 뱀, 그리고 


쌍머리 뱀에 점박이 독사가 거기 난다 해도, 


이디오피아와 홍해 언저리에 있는 


그 모든 나쁜 놈들을 모조리 합쳐 놓아도 


역질과 흉악한 것을 이보다 더 보여 주지 못할 것이다. 


이 잔인하고 고약한 떼거리 속으로 


벌거벗은 족속들이 겁에 질린 채 숨을 


구멍이나 요술 보석을 바라지 않고 달려갔다. 


그들의 손은 뒤로 젖혀진 채 뱀들로 묶였고 


허리에 뱀들의 꼬리와 머리가 삐져나왔는데, 


그놈의 뱀들은 이마가 서로서로 얽혀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온 언덕 쪽에 있던 자에게 


뱀 한 마리가 튀어 왔는데 그놈은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을 물어뜯었다.


O자와 I자를 아무리 빨리 쓴다 해도 


저놈이 타서 마침내 고스란히 


재가 되어 떨어지는 것만큼 빠르진 못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재가 땅에 부스러졌다가 


또다시 스스로 모여 


짧은 순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는데, 


이는 마치 현자들로부터 듣는 바와 같으니 


불사조란 죽었다가 다시 오백 년이 


되면 태어나지만 


평생 곡식이나 풀은 먹지 않고 


오로지 향과 아모모의 방물만 먹고 살다가 


죽을 때는 향초와 몰약만 걸친다. 


악마의 힘으로 땅바닥에 끌렸거나 


사람을 사로잡는 다른 장애물 때문에 


넘어진 사람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고 


다시 일어났을 때, 그가 겪은 커다란 


고통 때문에 주위를 빙그르 둘러보며 


탄식의 숨을 몰아쉬는 것과 같이 


넘어졌다가 일어난 그 죄인도 그러했다.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놈은 더 이상 말 못하고 뺑소니쳤는데 분통이 


터진 켄타우로스가 “어디냐? 어디에 


무시무시한 죄인이 있느냐?"고 외치며 오는 것을 보았다. 


마렘마에도 사람의 형체가 시작하는 엉덩이 위에 


그놈이 싣고 있던 독사보다도 더 많은 


독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그놈의 양 어깨위와 목 뒤에 


날개를 펼친 용 한 마리가 도사리고 앉아 


어느 놈이고 닥치는 대로 불을 뿜었다.


나의 스승이 말하길, "이놈이 카쿠스란다. 


아벤티누스 산의 바위 밑에서 그놈은 


여러 차례 피의 호수를 만들었는데 


그가 곧 제 형제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은 것은 


그자가 자기 이웃에 있던 수많은 가축 떼를 


사기 쳐서 도둑질했기 때문이란다.


헤라클레스의 몽둥이를 맞고서 


그놈의 나쁜 버릇이 고쳐지기는 했다 해도, 백 번쯤 


후려쳤으련만 그놈이 느낀 것은 열도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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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들을 향해 눈썹을 치켜뜨고 있을 무렵 


발 여섯 달린 뱀 한 마리가 한 놈 앞으로 


덤벼들어 통째로 그놈을 휘감았다. 


가운데 발로는 그놈의 배를 휘감고 


앞발로는 두 팔을 붙잡더니, 이어서 


두 뺨을 이리저리 깨물었다. 


뒷발로는 허벅다리를 짓누르고 


꼬리를 사타구니 사이에 집어넣어 


허리를 휘감아 뒤로 내뻗쳤다. 


그 무시무시한 짐승이 자신의 몸뚱아리로 


다른 놈의 사지를 휘감은 것은, 정녕코 


나무를 얽어매는 담쟁이보다도 더 강한 듯했다. 


이어서 저들은 마치 뜨거운 초와 같이 


서로 엉키더니 자신들의 색깔을 뒤섞으니 


두 놈이 모두 이전의 모습은 없어졌는데 


이는 꼭 불꽃이 붙은 종이가 처음에는 


누르스름한 빛을 띠다가 미처 시꺼멓게 


되기도 전에 하얀 바탕이 스러지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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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턱주가리에서 방귀 뀌는 곳까지 찢긴 


자를 하나 보았는데, 허리나 밑바닥이 


헐린 통일지라도 그처럼 들창이 나진 못할 것이다. 


두 다리 사이에 창자가 매달려 있고 


내장이 나타났고, 삼킨 것을 똥으로 


만들어 내는 처량한 주머니도 나타났다. 


내가 그를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있는 동안, 


그는 나를 쳐다보며 두 손으로 가슴팍을 열고서 


말했다. “내 찢어 여노니, 이제 보아라. 


마호메트가 어떻게 찢어졌는지 보려무나!


내 앞에 울며 걸어가고 있는 자, 그는 알리, 


얼굴은 턱부터 이마의 털까지 찢어졌다.


또 네가 여기서 보는 모든 놈들은 


살았을 적에 물의와 분열을 씨 뿌린 자들이기에 


이렇게 찢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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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코 보았다. 또 아직도 보는 것 같다. 


머리가 없는 영혼 하나가 슬픈 무리 중에 섞여 


다른 놈들처럼 가고 있는 그 모습을. 


그놈은 끊어진 대가리의 머리채를 쥐고 


초롱불인 양 손으로 받쳐 들었는데 그것은 


우리를 쳐다보며 “아아, 내 팔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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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무렵 나의 시야는 저 아래 


바닥까지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하느님의 사도, 속지 않는 정의가 


여기에 적혀 있는 위조자들을 벌주고 있었다. 


아이기나의 모든 백성이 병에 걸리고 


대기는 독기가 가득가득 찼기에 


작은 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든 짐승들이 


한결같이 쓰러지고 또 시인들이 강력하게 


주장한 바와 같이 옛날의 백성들이 


개미 떼의 씨로부터 다시 소생했다고 하건만 


저 어두운 계곡을 통해 망령들이 


무리 무리 떼 지어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슬픔이 더 크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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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맞붙어 앉아 있는 두 놈을 보았는데 


그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더럽게 딱지 낀 채 


서로 맞붙어 끓는 냄비와 냄비 같았다. 


미칠 듯 못 견디게 간지러워 


어느 놈이고 다른 방도가 없이 손톱으로 제 몸을 


미친 듯이 할퀴고 있었다. 


내 일찍이 제 주인이 기다리기에, 마지못해 


깨어 있어야 하는 말꾼 소년에게서도 


이처럼 호되게 빗질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또 마치 잉어나 그보다 큰 물고기의 


비늘을 벗기는 식칼과 같이 


손톱은 상처의 딱지를 긁어 떼어 놓았다.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시골 농부 아낙네가 가끔 이삭 줍는 꿈을 꿀 때 


물 위로 코를 내민 개구리가


개골개골 울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음 속에서 철저하게 울고 있는 영혼들은 


수줍음이 드러나는 그 자리까지 납빛이 되어 


황새의 입놀림처럼 이를 쩍쩍 벌렸다. 


모두가 얼굴을 푹 수그리고 있었는데 


입에서는 추위가 눈에서는 슬픈 마음이 


저들의 표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처절한 왕국의 황제가 가슴부터 제 몸의 


상반신을 얼음 밖으로 내놓고 있었는데, 


거인들을 그의 팔뚝에 비교하는 것보다 


오히려 나를 거인과 견주어 보는 것이 더 마땅할 것이다. 


그의 몸 한 부분이 그렇게 컸으니 


온몸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대 생각해 보라. 


그는 지금의 추한 몰골만큼이나 예전엔 아름다웠는데, 


그를 창조한 분에게 눈썹을 치켜떴기에 


그분으로부터 온갖 고통이 연유되었으리라. 


아! 내 그의 머리에서 세 개의 몰골을 보았을 때 


나는 얼마나 커다란 놀라움에 사로잡혔던가! 


앞쪽에 있는 몰골, 그건 진빨강색이고 


다른 두 개는 어깨의 한가운데 위에서 


이것과 맞붙어 머리단이 있는 정수리 


자리에서 서로서로 어울려 있었는데, 


오른쪽은 하얀색과 노란색 사이의 빛깔로 보였고 


왼쪽은 나일 강이 흐르는 고장에서 


온 사람들을 보는 것과 같았다. 


어느 놈의 몰골 아래든 두 개의 커다란 날개가 


거창한 새에게 어울릴 정도로 뻗어 나왔는데, 


나는 바다의 돛도 그만한 걸 본 일이 없었다. 


날개들은 깃이 없어, 그 모양이 


박쥐의 날개였는데, 한 번 퍼덕이면 


그로부터 세 가닥 바람이 일었다. 


그리하여 코치토스 구석구석이 온통 얼어붙었다. 


그는 여섯 개의 눈으로 눈물 흘리고 세 개의 턱 위에 


눈물과 피맺힌 침이 고드름이 되어 걸려 있었다. 


모든 아가리에선 이빨로 한 죄인을 


가닥가닥 발기는 게 마치 삼(麻)을 찢는 듯하여, 


세 놈은 이로 해서 괴로워 못 견디는 것이었다. 


앞의 놈에겐 물어뜯기는 것이야 할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때때로 


등 껍데기가 홀랑 벗겨진 채 남아 있었다.

#신곡 #지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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