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로 이 두 번째 왕국, 인간의 


영혼이 깨끗이 씻겨 하늘에 오르기에 마땅한 


이곳에 대해 노래를 읊을 것이다. 
오, 시신들이여, 나 그대들의 것이니 


이제 여기서 나의 죽은 시에 생명을 주시고 


또 칼리오페는 잠시나마 여기 일어나 주소서. 


그리하여 저 불쌍한 피에리데스가 호된 타격을 


못 이겨 용서받기를 포기했다는 


그 가락으로 나의 노래를 뒤따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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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어라. 꿇어! 


하느님의 천사시다. 손을 모으려무나. 


지금부터 너는 참된 사자들을 볼 것이다. 


보라, 그는 인간의 재주를 혐오해서 


이토록 멀고 먼 두 언덕 사이에서 날개 외에 


노나 돛대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구나. 


보라, 그가 날개를 하늘 높이 세우며 


짐승의 터럭처럼 변하지 않을 


영원한 깃털로 바람을 끌어당기고 있음을!” 


그런 다음 그 성스런 새가 우리를 향해


가까이 올수록 더욱 빛나 보였기에 


가까이서는 눈이 견딜 수 없어 


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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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나 혹은 슬픔으로 인해서 우리의 


어떤 감각 기관의 힘이 붙들려 있을 때면 


영혼이란 그것에만 집중되기에 


다른 어떤 기능에는 기울어질 수 없어 보인다. 


이는 곧 우리 안의 한 영혼이 다른 영혼 위에 


덧씌워진다고 믿는 그릇된 생각과는 상치된다. 


그러므로 영혼을 힘주어 끌어당기는 


어떤 것을 보거나 듣게 될 때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그걸 깨닫지 못한다. 


보고 듣는 감각 능력과 또 영혼을 


장악하고 있는 능력이란 다른 것이기 때문에 후자는 


매듭지어진 것 같고 전자는 풀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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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가, “오, 형제여, 올라가면 무슨 소용인가? 


문 위에 앉아 있는 하느님의 천사가 


나를 정죄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텐데. 


내가 마지막까지 나의 선한 한숨을 미루었기에 


살아서 했던 그만큼 문 밖에서 


맴돌아야 할 것을 하늘이 내게 마련하였으니 


성총 안에 사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도들이 


먼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천국에서 


들어주지 않는 다른 기도가 무슨 소용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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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간직하고 흥겹게 걸어가고 있는 


영혼이여, 잠시 걸음을 조용히 하라. 


일찍이 우리 가운데 누군가를 본 일이 있어 


그의 소식을 저 세상에 전할 만한 자기 있는지 


살펴라. 아, 어찌 가느냐? 아, 왜 좀 머물지 않느냐? 


우리 모두는 이미 폭력에 의해 죽었고 


또 최후의 시간까지 죄인들이었는데, 


그때 하늘의 빛이 그걸 깨우치게 해 


스스로 뉘우치고 용서해 주며 당신을 


보고 싶은 소망으로 우리를 애태우게 하신 


하느님과 화해한 몸들로 세상을 나왔다. 


그래서 나는, “그대들의 얼굴을 주시하지만 


누구 하나 알아볼 수 없구나. 오, 잘도 태어난 


영혼들이여. 내 그들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면 


말해다오. 내 해 줄 것이로다. 이 길잡이의 


발자국을 뒤따라 세상에서 세상으로 이렇듯 


찾아 나서도록 한 저 평화의 이름으로 말이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하느님의 천사가 날 거두어 갔고 이어 지옥의 악마가 


외쳤다오. ‘오, 천상에서 온 자여, 왜 훔치는가? 


한 방울의 눈물 때문에 그를 내게서 앗아 


그가 지닌 영원한 부분을 그대가 가져가는가! 


그러나 나는 다른 부분을 장악할 것이다!’ 


저 축축한 증기가 공중에 모여 있다가 


추위가 이를 뒤섞어 놓은 자리에 오르자마자 


이내 물로 되돌아가는 것을 그댄 잘 아오. 


오로지 악만을 요구하는 저놈의 뜻은 


계략을 모아서 타고난 힘을 구사해 


시꺼먼 연기와 바람을 일으키고야 말았다오. 


그리하여 날이 저물자 그는 프라토마뇨에서 


저 웅장한 산줄기에 이르는 계곡을 안개로 


뒤덮어 저 위 하늘을 어둡게 했으니, 


비에 푹 젖은 대기는 물로 변했다오. 


비가 내렸고 땅이 감당 못하는 


나머지 비는 실개천으로 내려갔는데, 


커다란 물줄기로 변해 가더니만


마침내 크나큰 강에 다급하게 


모아졌으니 아무것도 이를 막지 못했다오. 


노기 가득 찬 아르키아노는 싸늘한 내 몸을 


강 어귀에서 보고는 아르노 강에 밀어 넣으니 


고통이 나를 사로잡을 때 내 스스로 


가슴에 그린 십자가를 풀어 헤쳤다오. 


아르노 강은 나를 강둑과 물 밑으로 굴리더니 


나중엔 제 찌꺼기로 나를 덮치고 휘감았다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나는 말을 꺼냈다. “오오, 나의 빛이시여. 


그대의 시 어느 대목에서 분명히 기도가 


하늘의 율법을 꺾는다는 걸 부정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 무리들은 계속해서 그짓을 원하는군요. 


그럼 저들의 희망은 쓸데없는 망상이 아닐까요?

아니면 그대의 말씀을 제가 잘못 이해했을까요?"

그랬더니 그분이 내게, “내가 쓴 글은 분명하다. 


또 저들의 희망도 헛된 것이 아니다.


편견 없는 마음으로 잘 보기만 한다면 말이다. 


여기에 들어 있는 자가 해야 할 것을 


사랑의 불이 한 순간에 채워준다 해도 


심판의 권위는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고통보다는 어두움 때문에 슬픈 고장이 


저 아래에 있는데, 그곳에선 통곡 소리가 


고통이 아닌 한숨 소리로 들린다오. 


나는 거기에 죄 없이 순결한 어린이들과 


함께 있는데, 그들은 인간이 죄로부터 


벗어나기 이전에 죽음의 이빨로 씹혔다오. 


또 나는 세 가지 성덕을 입지는 않았으나 


악덕이 없이 다른 덕들을 알고 그리고 


그 덕들을 모두 따를 줄 알았던 자들과 같이 있다오. 


그대가 알고 또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연옥이 곧장 시작하는 곳에 더 빨리 


다다를 수 있게 우리에게 가르쳐 주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막힌 데가 없는 자그마한 골짜기에 


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아마 그놈이 


하와에게 씁쓸한 음식을 주었으리라. 


매끈매끈한 몸을 가누는 짐승, 


흉측한 줄이 꽃과 풀 사이로 머리와 등을 


이리저리 꿈틀꿈틀 날름거리며 오고 있었다. 


하늘의 매들이 처음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내 보지 못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잘 보니 둘이 다 움직이고 있었다. 


푸른 날개에 대기가 갈라지자 


뱀은 달아났고 천사들은 등을 돌리고 


있던 자리로 함께 높이 날아갔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내 길잡이는 기꺼운 마음으로 나를 그 


세 계단 위로 끌어올리며 말하길, 


“자물쇠를 열어 달라고 겸손하게 여쭈어라.” 


나는 거룩한 발 앞에 경건히 엎디어서 


자비로 내게 열어 달라고 간청하였다. 


이에 앞서 나는 가슴을 세 번 두드렸다. 


그는 일곱 개의 P자를 칼 끄트머리로 


내 이마에 새기고 “안에 들어가거든 


이 상처를 씻으라고 말씀하셨다. 


재나 혹은 파내어져 말라빠진 흙이 


그의 옷과 같은 색채를 띠고 있으련만 


그는 그 옷 밑에서 두 개의 열쇠를 꺼냈는데, 


하나는 금, 또 하나는 은으로 되어 있었다. 


그가 먼저 노란 것으로, 다음에는 하얀 것으로 


문에 갖다 대기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어느 때건 이 열쇠 중 하나가 구멍 안에서 


곧바로 돌지 아니하면 이 길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라고 그가 우리에게 일렀다.


"전자가 더욱 귀중하지만, 후자는 열기 전에 


더욱 비상한 솜씨와 재주가 필요한데, 


이는 매듭을 이것이 풀어 주기 때문이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오, 마음의 시야는 병들었어도 


물러서는 발걸음 안에 믿음을 지니고 있는 


오만하고 가엾고 지쳐 있는 그리스도인들이여. 


우리는 거침없이 심판으로 날아갈 


천사 같은 나비의 모양을 하기 위해


태어난 벌레들임을 그대들은 모르겠는가? 


형체를 다 갖추지 못한 벌레와 같이 


완전하지 못한 벌레 같은 그대들임에도 


어찌하여 너희의 마음을 그다지 세우느냐?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어진 스승이 “이 권역은 질투의 


죄과를 매질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회초리는 한결같이 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재갈이란 소리와 어긋나야 하는 법, 


너 용서의 길목에 다다르기 이전에 


이를 들을 것으로 나 생각한다. 


그럼 하늘 저 위로 눈을 고정시켜라.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그분이 내게 이르시길, “저건 억센 재갈, 


인간을 제 울타리 안에 가두었어야 했다.


옛 원수의 낚싯바늘이 제 곁으로 그대들을 


끌어당기게 그대들이 미끼를 물었구나. 


그러기에 재갈도 부르는 소리도 별로 소용없구나. 


하늘이 너희를 부르고 너희 주위를 맴돌며 


영원한 제 아름다움을 너희에게 보여 주는데 


너희의 눈은 땅만을 바라보고 있구나. 


그래서 만물을 가늠하시는 분이 널 때리는구나.”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내가 말하길, “내 처음에 입을 다물고 있었더라면 


만족하고 더 이상 굶주려 하지 않을 텐데, 


이제 마음속에 더 많은 의심만 모이는군요.


하나의 복을 여러 소유자에게 나누는 것이 


소수 몇 사람에 의해 소유되는 것보다 


더 부유하게 한다 함은 어이 된 일인지요?” 


그가 나에게, “너는 속세의 것에만 마음을 


쏟기 때문에 진정한 광명에서 


어두움만을 따내고 있는 것이로다. 


저 위에 있는 무한하고 말로 다할 수 없는 


덕이란 것은 마치 햇볕이 번쩍이는 


물체로 오는 것처럼 사랑을 향해 달려드는데, 


그 사랑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그만큼 더 자신을 주고 


그리함으로써 폭넓게 펼쳐지는 것이니 


그 사랑 위에서 무궁한 힘이 자라난다. 


하늘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해야 할 대상이며 서로에 대한 사랑도 커지기에, 


사랑은 거울처럼 서로서로 주고 받는 것이지.


내 말이 너의 굶주림을 덜지 못한다 해도 


너는 베아트리체를 만나리니, 그분께서 


이에 대한 또 다른 소망을 모두 풀어 주리라. 


다만 너는 괴로움 때문에 닫힌 


다섯 개의 상처가 앞서의 두 개처럼 


속히 없어지게 온 힘을 다해라.”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살아 있는 그대는 마치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서 생긴 양, 온갖 원인을 


저 위 하늘로 돌리려 하는군요. 


만일 그렇다면 그대에겐 자유의지가 


파멸될 터이며, 정의도 없으며 선에 대한 기쁨도 


악에 대한 슬픔도 없을 것입니다. 


하늘이 그대들의 행동을 주관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오. 내 말한 바 옳다면 


빛이란 그대들에게 선과 악을 구별토록 함이요, 


자유의지란 처음에 하늘과 벌인 


싸움에서 혹독하게 시련을 겪었지만 


잘 거두기만 하면 나중에 모든 것을 이긴다오.


자유로운 그대들도 그대들 안에 마음을 창조하신 


보다 큰 힘에나 보다 더 높으신 본성에 예속되어 있으나 


하늘도 그 마음을 제어하시진 않는다오. 


그러므로 세상이 어지럽다면, 


그 연유은 그대들 안에 있고 또 찾을 수 있으니 


내 그에 대한 것을 이제 밝혀 주리오. 


혼은 그것이 생기기도 전에 어여삐 


여기시는 그분의 손으로부터 웃고 울며 


재롱 피우는 어린아이와 같이 나왔다오.


행복한 창조자에 의해 태어났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는 바 없는 단순한 영혼은 


그를 즐겁게 해 주는 것에게 기꺼이 돌아간다오. 


처음엔 하찮은 기쁨에 맛을 느끼는데, 


길잡이나 재갈이 행여 그 욕망을 비틀지 않으면 


그만 그에 속아 넘어가 그 뒤를 좇는다오. 


그러므로 재갈을 걸어 놓기 위해 법이 필요하며, 


적어도 참된 도시의 탑을 분별할 줄 아는 


왕을 받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오. 


법률은 있다지만, 그 누가 그것을 지키게 하는가? 


아무도 없소. 앞에서 인도해 가는 목자는 


되씹을 줄은 알고 있지만, 갈라진 발굽은 못 가졌소. 


그러므로 백성은 그들의 길잡이가 


탐을 내는 그 재화에만 쏠리며 


그걸 먹고 사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묻질 않았다오.


세상을 혼란하게 만드는 원인은 


그대 안의 썩어빠진 본성이 아니라 나쁜 


통치임을 그대는 잘 알 수 있을 것이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아들아, 창조주는 그렇지만 피조물도
자연적인 사랑이나 혹은 영혼의 사랑을
가져 본 일이 있는데, 이는 너도 알고 있다.
자연의 사랑은 언제나 그릇됨이 없지만,
다른 사랑은 나쁜 목적으로 인해서 혹은
그 힘이 지나치거나 적어도 그릇될 수 있다.
사랑이 제일의 행복으로 향하게 되고
세속적인 것들 안에서 자신을 가눈다면
그것은 죄스런 쾌락의 원인일 리가 없다.
그러나 사랑이 악으로 기울거나 혹은
너무 지나치게 혹은 너무 모자라게 선을 좇는다면,
피조물은 창조주를 거스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너의 안에 온갖 덕을 심어 주기도
하고 벌받게 될 모든 행복을 심어 주기
마련임을 너는 여기서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러므로 사랑이란 제 주체가 되는
행복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수 없으므로
모든 것은 제 자신을 미워할 수 없으며,
또 무엇이든 으뜸인 자로부터 갈라져 나와
저 스스로 존재한다고 여길 수 없으므로
그를 미워함으로 모든 감정이 사라진다.
나의 분별이 옳은 것이라면 사람이 좋아하는
악이란 이웃에 대한 악일 뿐이니, 이 사랑은
너희의 진흙바탕 세 가지로 생겨난다.
제 이웃이 무력하게 됨으로써 제가
높아지길 갈망하며 바로 이 때문에 자신의 위대함보다
이웃이 낮은 데로 떨어지길 바라는 자 있고,
남이 높아지게 됨으로써 자기의 권세와
은총과 명예와 이름을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그와 반대되는 일을 좋아할 만큼 비참해진 자들도 있으며,
그리고 불의 때문에 원한을 품게 되어
원수 갚는 데에 정신을 쏟고 있는 자도 있으니
그런 자들은 남에게 의례히 해을 입힌다.
이 세 가지 사랑으로 해서 여기 이 아래서
울고 있는데, 이제 부패한 방법으로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알기 바란다.
누구든지 그 안에서 영혼이 쉴 수 있는
행복을 어지럽게나마 포착하길 갈망하는 것이니
바로 그것에 이르고자 누구든지 겨루는 것이다.
사랑이 너희를 이끌어 행복을 추구하고 쟁취함에 있어
태만함을 보인다면, 이 둘레는 그 때문에 올바른
참회가 있고 난 뒤 너희를 괴롭힌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듯한 다른 선이 있지만,
그건 행복이 아니며 온갖 좋은 열매의
뿌리라 할 선한 본질도 아니다.
이런 것에 지나치게 자신을 잃은 사랑이
우리 위의 세 개의 권역에서 울고 있지만
그들이 셋으로 나뉘게 된 이유는
너 스스로 찾아 낼 수 있도록 내 입을 다물겠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그가 말하길, "지성의 예리한 빛살을 나를 향해
곧바로 하라. 그럼 스스로 길을 인도해 가는
장님들의 과오가 너에게 밝혀질 것이니,
일찍부터 사랑하기 위해 생겨난 영혼은
기쁨에서 잠이 깨어 행동할 그 순간부터
좋아하는 모든 사물에게 움직여 간다.
너희의 인식은 실재로부터 의도하는 것을
끌어내 이를 너희의 악에 펼쳐 놓음으로써
정신을 그것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으로 정신이 쏠리면,
그 쏠림이 곧 사랑이고 그것이야말로
너희를 다시 기쁨으로 데려가는 본능이다.
그 다음에 마치 불이 제 물질 안에서
오래 지속되는 곳에 오르려는
속성 때문에 높은 곳으로 치솟듯이,
사로잡힌 영혼도 그렇게 마음의 움직임인
욕망 속에 들어가 사랑했던 것을
만끽할 때까지는 내내 쉬지 못한다.
사랑이 진정 어떠한 것이든 칭찬할 만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앞에 진리가
어떻게 숨어 있는지를 이제 깨칠 수 있으리라.
"물체"는 언제나 좋다고 보일 테지만
그리고 밀랍이 한사코 좋은 것이라 해도
좋다는 표시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질료와 떨어져 있으나 또 그와 결합된
실체적인 형상은 제 안에
특수한 능력을 간직하는 것으로
이는 그 작용 없이는 지각되지 못하고
푸른 잎사귀에서 식물의 생명을 알 수 있듯이
오로지 결과로써만 나타나는 것이란다.
그러므로 제일 원리에 대한 지성과
원초적인 욕구의 감정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꿀을 만드는 본능을 꿀벌이 갖고 있듯이
그것들이 너희 안에 있으니 이 본래의
의욕은 칭찬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바로 여기에 다른 것들이 모여들기에
너희에게 타고난 능력이 있어 그것이
충고도 하고 허락의 문턱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
좋고 그른 사랑들을 받아들이고 경계함에
따라 너히 안에서 공과의 원인을 포착하게
만드는 근본 원리가 바로 이것이란다.
이치를 깨치며 밑바닥까지 갔던 자들이
이 타고난 자유의지를 깨달았던 것이기에
저들은 도덕을 세상에 남겼다.
따라서 너희 안에서 불타오르는 모든 사랑이
필요에 의해서 일어난다 함을 가정할 때
그걸 붙잡아 둘 능력도 너희 안에 있는 것이다.
이 고귀한 능력을 베아트리체는 자유의지라
알고 있으니 그분이 이들 들어 그대에게
말하거든 주의를 기울여 마음에 간직하여라.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무엇이 그대를 야위게 했는지 말하오.
내가 의아해하고 있는 동안 내게 묻지 마오.
딴 생각이 꽉 찬 자는 틀리게 말할 수 있으니.
그러자 그가 내게, "뒤에 남기고 온 물과
나무 안에 무궁한 성의(聖意)의 힘이
내리니, 나는 그 때문에 야위고야 말았다오.
이들 모두는 분수에 넘도록 먹었기에
울부짖으며 노래 부르고 있는데, 그들은
배고픔과 목마름으로써 여기서 정죄한다오.
잎사귀 위로 퍼져 나가는 물기와
열매에서 나오는 향기가, 마시고 또
먹고 싶은 욕구를 불태우고 있다오.
이 자리를 빙빙 돌며 우리의 죄를
새롭게 하는 것이 한 번뿐이 아니기에,
기쁨이라 일러야 할 텐데 고통이라 한다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로 우리를 구하셨을 때
그로 하여금 '엘리!'라 기꺼이 말씀케 한
그 의지가 우리를 나무에 인도했기 때문이라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목말라 하는 혈관에게 빨리지 않은
완전한 피는 식탁에서 따로 옮겨진
음식처럼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서
사람의 모든 사지에 빚어내는 힘을 심장
안에서 얻고 있으니, 이는 혈관을 흐르며
그것들을 만들어 주는 것과 똑같다오.
더욱 맑아진 피는 밝히기보다 덮어 두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다운 곳에 내려와 거기서 다시
자연의 그릇 안의 다른 피 위에 방울진다오.
거기서 두 피는 서로서로 한데 모여드는데
하나는 받도록, 또 하나는 그것을 내미는
자리가 온전하게 주도록 마련된 곳이고,
또 저것에 이르면 처음엔 엉기게 하는
작용을 시작하고 나중엔 제 자신의 것으로
이루어 놓은 것을 살게끔 한다오.
능동적인 힘이란 식물의 그것과 같은
영혼이겠고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길에 떠 있고 후자는 피안에 있다는 점이라오.
또 그것이 작용을 하면 바다버섯처럼
이내 움직이고 또 느낌을 가지며,
그로부터 움트는 온갖 기관을 이룬다오.
아들이여, 낳아 준 자의 가슴 속에 있는
힘은 자연이 모든 지체를 마련해 주는 곳으로
이제야 번지고 또 이제야 퍼지는 것이라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내가 풀어 주는 진리 앞에 가슴을
열어 젖히고 잘 들을지니, 뇌의 조직이 태아에게
완성되자마자 곧바로 제1원동자가
자연의 그러한 묘술에 기쁨을 갖고
돌이키니 힘을 가득 지닌 새 영혼을
불어넣어 주시면 이 영혼은
거기 능동적인 것을 제 실체 안으로
끌어들여 하나의 얼을 이루어서 살고
느끼고 스스로 제 안에 도는 것임을 아시오.
나의 이야기에 덜 놀라기 위해서
그대 태양의 열을 보시오. 포도 줄기에서
내리는 즙과 합하여 그건 술을 빚는다오.
라케시스에게 더 이상 실꾸리가 없어질 때,
영혼은 육신에서 풀려나 인간적인 또
신적인 기능을 제 안에 지니게 된다오.
비록 다른 것들은 모두 잠잠하여도
기억, 지성, 그리고 의지만은 그 전보다
활동력에 있어서 더욱 날카롭게 되지요.
영혼은 머물지 않고 이상하게도
강둑들의 어느 한편에 떨어지는데
그것은 여기서야 처음으로 제 길을 안다오.
또 그것이 그 자리에 둘러싸이자마자
살아 있는 지체 속에서와 같이 그만큼
형성의 힘이 사방으로 뻗쳐 나가지요.
그리고 공기가 가득히 비를 머금을 때
제 안에 반사되는 다른 것의 빛 때문에,
여러 빛깔로 치장하는 것과 같이
공기도 그처럼 여기선 제 형체대로
놓여 있게 되었으니, 이는 머무는 영혼이
제 힘을 통해 그 속에 찍어 놓는 것이라오.
이리하여 불이 움직이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불꽃과 마찬가지로
새로 된 형체는 영혼을 따라다니지요.
그러면서 이것이 제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에
망령이라 불리는데, 또 이로써 그것은
모든 감각, 심지어는 시각까지 가졌다오.
따라서 우리들은 말하기도 하며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한숨짓기도 하는데
그대는 이것들을 산을 지나오며 느낄 수 있었을 것이오.
소망들이나 또 다른 감정이 우리들을
건드리는 것에 따라 망령이 모습을 바꾸는데,
바로 이 때문에 그대가 놀라는 것이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우리들의 죄는 자웅동체였으나
짐승과 마찬가지로 욕정만 쫓아다니며
사람의 법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거길 떠날 때 짐승 같은 모양의
나무쪽에서 짐승이 되어 버린 그의
이름을 치욕 속에서 읽고 있소.
그댄 이제 우리의 행실과 또 죄를
알지요. 그러나 행여 우리 이름이 무언지
알고자 해도 지금은 말할 때도 아니고 말할 수도 없소.
그러나 나에 대한 그대의 청은 들어주겠소.
나는 구이도 귀니첼리, 죽기에 앞서 뉘우쳤기에
벌써부터 죄를 씻고 있다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하느님의 천사가 우리 앞에 기꺼이 나타났다.
그는 불꽃의 바깥 변방 위에 서서
우리의 목소리보다 한결 더 맑은 소리로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노래했다.
그는 이어, "오, 거룩한 혼들이여, 불을 꿰뚫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으니 그리 들어가라.
또 저 노랫소리에 귓바퀴를 세우라"고
우리가 그이 가까이에 갔을 때 말했다.
내 그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덤에
처박힌 사람, 바로 그와 같이 되었다.
나는 팔짱 낀 채 몸을 뒤로 한껏 젖히고
불을 바라보니 전에 보았던 타오르는
인간의 몸뚱아리들이 역력히 떠올랐다.
상냥하신 길잡이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베르길리우스가 내게 말했다. "나의 아들아,
여기 고통은 있지만 죽음은 있을 수 없다.
기억하고 기억하라! 심지어 게리온을 타고도
내 너를 무사히 이끌어왔거늘, 이제 하느님께
한층 더 가까이 왔는데 내 할 일이 뭐 있겠느냐?
너 확실히 믿어라. 이 불꽃의 뱃속에서
넉넉히 천 년을 있더라도
네 머리카락 하나 벗겨지게 못할 것임을.
그러나 널 속인다고 생각하거든
그 불에 다가가서 네 자신의 손으로
너의 옷자락을 시험해 보아라.
온갖 무서움일랑 떨쳐 내고 떨쳐 내라.
이곳으로 오려무나, 그리고 맘 놓고 들어가라!"
그러나 나는 우두커니 서서 양심을 거역했다.
내가 꼼짝 않고 굳어진 채 다소
괴로운 빛을 띠고 있음을 보고, 그가 말하길,
"자, 보라, 베아트리체와 너 사이에 있은 이 담을."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내가 불 속으로 들어갔을 때, 거기 불길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어서 들끓는 유리 속에라도
내 몸을 던져 식히고 싶었다.
나의 자애로우신 아버지는 내게 위안을 주려
베아트리체만 들먹이고 걸어가면서 말씀하시길,
"내 이미 그분의 눈을 보는 듯하구나."
저쪽 편에서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우리를 이끌었으니, 우리는 사뭇 그 목소리의
여인에게 집중하며 올라가는 길로 나왔다.
"내 성부의 축복받은 자들아 오라"하는
소리가 저쪽의 밝은 빛살 속에서 울려 나왔기에
나는 그만 압도당해 쳐다볼 수 없었다.
그 목소리는 계속 되었다. "해님이 가고 저녁이 오는구나!
머물지 마오. 서녘이 어둠에
잠기기 전에 그대들은 걸음을 재촉하시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계단이란 계단은 모조리 우리 밑으로
뻗어 있었고 우리들이 맨 위 층계에
이르렀을 때, 베르길리우스가 날 응시하며
말했다. "아들아, 너는 순간과 영원의
불을 보았다. 이제 나로서는 더 이상
알지 못하는 곳에 네가 온 것이란다.
지성과 재주로써 널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
가파르고 비좁은 길을 벗어났으니
이제부터는 네 기쁨을 안내자로 삼거라.
네 이마를 다시 비춰 주는 해님을 보라.
또 여기 땅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풀잎들과 꽃들 그리고 작은 숲들을 보라.
너에게 내가 가도록 눈물로 하소연하던
저 아름다운 눈이 기쁨에 젖어 오는 동안
넌 앉아 있거나 그들 사이로 갈 수 있다.
내 말이나 눈치를 더 이상은 기다리지 마라.
너의 의지는 자유롭고 바르며 건전하니
그 뜻대로 하지 않으면 잘못을 범하게 된다.
네 머리 위에 왕관과 면류관을 씌운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물에서나 뭍으로부터 솟아올라
열을 좇아서 갈 데까지 가는 수증기 때문에
이 아래에서 일어나는 어지러움이
사람과 아무런 싸움도 하지 못하도록
이 산이 이토록 하늘로 드높이 솟아
갇혀진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게 했다오.
주위의 공기는 그 동그라미 어딘가가 으스러지지
않는 한 첫째 회전과 더불어
온통 한꺼번에 빙그르 도는 까닭에
이러한 움직임은 아스라이 높은 창공 속에
끝이 잠긴 꼭대기와 우거진 숲이 맞부딪쳐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라오.
이리하여 일단 흔들린 식물은 제 힘으로
미풍을 온통 수태시키고 난 다음
그 바람을 빙빙 돌려 사방으로 흩어 버린다오.
저쪽 땅은 제 자신과 또 제 하늘에
알맞은 곳에 따라 여러 가지 힘으로
가지가지 나무를 낳고 있다오.
이를 그대 듣고 나면 설사 어떤 식물이건
눈에 띄는 씨앗이 없이 싹튼다 해도
이곳에선 이상하게 생각할 게 없는 듯하다오.
또 그대는 알아야 하오. 그대가 지금 있는
이 거룩한 들녘엔 온갖 씨앗의 수확이 가득하고,
거기에선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가 없다는 것을.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그대가 보는 물은 불었다 줄었다 하는
강물처럼 추위 때문에 서리게 되는 수증기로
채워지는 어느 혈맥에서 나오지 않고
영원히 솟아나는 분명한 샘에서 흐르니
이는 하느님의 의지에 따라 두 가닥
물줄기로 흘러 쏟아지는 만큼 다시 채워진다오.
이쪽에서는 사람의 죄에 대한 기억을
앗아 버리는 힘을 지니고 흐르며
저쪽에서는 온갖 선행의 기억을 새롭게 한다오.
이쪽이 레테라 불리듯, 저쪽은 또
에우노에라 불리는데, 이쪽과 저쪽을 다
맛보기 전에는 효험이 일지 않는다오.
그 맛은 다른 어떤 향내보다도 뛰어나다오.
내 더 이상 그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의 갈증이 제법 풀릴 것이겠지만
연민의 정으로 한 마디 더하리니
비록 그대와의 약속을 넘어선다 할지라도
내 말이 그대에게 하찮으리라 생각지 않는다오.
어쩌면 파르나소스에서 황금 시대와 그 행복한
처지를 옛날 옛적 읊조리던 사람들도
이곳을 꿈속에 그렸을 것이오.
인류의 뿌리는 여기서 죄를 알지 못했다오.
여기에는 언제나 봄철 과일도 그득그득했으니
이것이 곧 유명한 넥타르란 것이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그와 같이 천사들의 손으로부터 올랐다가
다시 안쪽과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꽃들의 구름 속으로
하얀 너울 위에 올리브 띠를 두르고
여인이 나타났는데, 그녀는 푸른 망토 밑에
싱싱한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나의 정신은 벌써 오래 전부터 그녀의
면전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놀라움 때문에 지쳐 멈춘 적은 없었다.
눈만으로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로부터 나오는 은밀한 힘으로 인해
옛사랑의 강렬함을 느꼈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단테여, 베르길리우스께서 가셨다고
울지 마오. 아직은 울지 말아요.
다른 칼 때문에 그대 마땅히 울어야 할 테니."
마치 여러 배 위에서 일하고 있는 자들을
보고 또 그들에게 격려해 일 잘하게 하려고
뱃머리나 고물로 제독이 오르는 것처럼
나는 마차의 왼쪽 끝 위에서
필요성 때문에 내 여기에 기록하는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천사들의 꽃놀이 밑으로 너울을 쓴 채
아까 나타나셨던 그 여인을 보았는데,
강둑 이쪽에 있는 나를 향해 시선을 쏟았다.
미네르바의 잎사귀를 두른 머리에
드리워진 너울로 인해 그녀의 모습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직도 왕녀같이 의젓한 몸짓을 하며
말하다가 뜨거운 부분은 뒤로 미루는
사람처럼 계속하는 것이었다.
"나를 보시오. 나 정말, 나 정말 베아트리체라오.
그대 어떻게 산에 올라왔나요?
이곳의 인간은 행복함을 그대 몰랐나요?"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눈물의 씨앗일랑 떨어뜨리고 들어 주오.
그러면 땅에 파묻힌 나의 육신이 어찌하여
엉뚱한 곳으로 그대를 가게 했는지 알게 되리오.
나 그 옛날 그 안에 갇혀 있었고 지금은
땅에 흩어져 버린 아름다웠던 그 육체만큼
자연도 예술도 그대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였고,
또 정녕 나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최고의
기쁨을 그대에게 주지 못했다면, 어떤
생물이 그 뒤 그대를 제 욕망으로 끌어당겼나요?
헛되고 그릇된 것들의 첫째 화살에 그대는
벌떡 일어나,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해
나의 뒤를 잘 따랐어야 했다오.
하찮은 계집애나 그다지 오랜 소용이 없는
다른 헛된 것 때문에 두 번째 화살을
기다리며 그대 다시 날개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했다오.
갓 낳은 새 새끼는 사냥꾼의 둘 혹은 셋째 화살을
기다리지만 이제 막 깃이 난 새의 눈앞에서 그물을 치거나
활을 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가장 성스러운 물결로부터 내가 돌아왔는데
새로 돋아난 잎사귀로 새로워진 초목들처럼
나는 다시금 살아나서 별들에게라도
솟아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순수해졌다.
#신곡 #연옥편 #단테_알리기에리

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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