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들도 아다시피 나라고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증오하고, 혐오하고 또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정직하기 때문이 아니고 그저 거짓말이 내게는 무섭기 때문이야.

거짓말 속에는 죽음의 색깔이 감돌고 또 인간 필멸(必滅)의 냄새도 풍기는 게 아닌가.

바로 거짓말의 이런 속서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증오하고 혐오하는 바이며 내가 잊어버리고 싶은 바이기도 하다네

그리고 그런 속성은 마치 무언가 썩은 것을 한 입 물었을 때처럼 나를 비참하게 하고 또 구역질나게 한다네

#암흑의_핵심 #조셉_콘래드

아무리 두려워도 배고픔을 이길 수는 없고, 아무리 참을성이 있어도 배고픔을 닳아 없어지게 할 수는 없으며, 배고픔이 있는 곳에서는 그저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먹지 못할 것은 없는 법이네.

그리고 미신이니, 믿음이니,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야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날려갈 만큼 가벼운 것들이 아닌가.

질기게 달라붙는 굶주림의 마성, 우리를 격분케 하는 그 고통, 그것이 빚어내는 엉큼한 생각들, 암울하게 우리를 짓누르는 그 포악함 등을 자네들은 알고 있는가?

나는 알고 있다네.

배고픔을 상대로 해서 제대로 싸우자면 젖 먹을 때 기른 힘까지 모두 발동시켜야 하는 법이네.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배고픔과 맞서서 싸우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들과 사별하거나 망신을 하거나 영혼의 파멸을 겪는 쪽이 더 수월할 것이네.

이건 슬픈 일이지만 엄연한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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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훗날 내가 접하게 된 정보에 비추어볼 때, 그 보고서의 첫째 단락이 지금은 내게 불길하게 여겨지기도 해.

그의 주장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어.

우리 백인들은 그간 이루어 놓은 발전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네들 야만인들에게는 마땅히 초자연적인 존재인 것처럼 보여야 하고, 하느님 같은 힘을 과시하면서 그들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등등의 내용이 바로 그거야.

그리고 〈우리는 단순히 의지를 행사하기만 해도 실제로 무한한 이익을 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등의 구절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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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종류의 이타적 감정릉 향해 감동적으로 호소하던 글이 끝나는 대목에서 그 노트는 마치 맑은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처럼 나를 향해 그 휘황하고 무서운 빛을 발하면서 〈모든 야만인들을 말살하라!〉고 부르짖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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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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