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집을 버리고 나와
황제처럼 느긋하며
선비처럼 여유롭고
철학가처럼 사색하며
수도승처럼 명상하는
붓다 같은 달팽이여!
#달팽이
집을 버리고 나와
황제처럼 느긋하며
선비처럼 여유롭고
철학가처럼 사색하며
수도승처럼 명상하는
붓다 같은 달팽이여!
#부평초
뜀도 그만
멈춤도 그만
낢도 그만
떨어짐도 그만하고
흐르는 강물 위에
몸을 맡긴다
돌 틈에
끼어도 그만
안 끼어도 그만
보 턱에
걸려도 그만
안 걸려도 그만
괸 물에
갇혀도 그만
안 갇혀도 그만
바다로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
편안히 누워
하늘을 보며
둥둥 떠가는
그만그만한 삶
그 많던
나비도
벌들도
사람도
이제는
떠나고
병든 몸
늙어감
그리고
죽음만
내 곁에
남았다
그러다
피우고
시들고
피우고
시드는
지루한
나의 삶
#rose
야산도 건물도
그 모든 것도
너무 뜨거운
태양때문에
녹아들어가
움푹 패였다
#sun #sunset
목련
하얗디 하얗고 곱디 고운
웨딩 드레스 갈아 입고
사람들 가득한 예식장에
첫 발을 살짝 내딪는
신부같은 꽃이여!
늙고 병들고 죽어가고 다시 태어남의 자연 법칙은 이 목련조차 피해가지 못 한다.
병아리가 꽃이 되어
소풍을 나온 날
언듯 부는 바람에
부르르 날개 파닥이며
어미 찾아 삐악삐악
여기저기서 삐악삐악
어쩌면 이별은
이 양갈래길 같은 것
처음은 간격이 짧지만
갈수록 사이가 멀어지는
이별은 양갈래길 같은 것
세상을 보기 위해
머리 찧이겨 가며
쑤시고 돌리며 꿈틀대던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살짝 내민 얼굴
꽃봉오리여!
이 세상 태어나서 행복한가요?
나무는 풍경
바람이 불어오면
춥다고 투덜대는 놈
시원하다고 말하는 놈
나뭇가지 탈탈 터는 놈
이들의 소리가 모이고 모여
거대한 풍경이 된다
바람이 분다
풍경소리 들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