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남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제법 그럴듯한 소리를 하는구나 생각했죠.

저기, 뱀이 탈피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탈피?"

"뱀은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실은 목숨 걸고 하는 거래요.

그러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하겠죠.

그런데도 허물을 벗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혼마보다 앞서 다모쓰가 대답했다.

"성장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후미에가 웃었다.

"아니에요.

목숨 걸고 몇 번이고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언젠가 다리가 나올 거라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다리 따위 없어도 상관없잖아요.

뱀은 뱀이니까.

그냥 뱀이니까.

후미에가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뱀은 생각해요.

다리가 있는 게 좋다, 다리가 있는 게 행복하다고.

거기까지가 우리 남편의 학설.

그리고 여기부터는 내 학설인데, 이 세상에는 다리를 원하지만 허물벗기에 지쳐버렸거나 게으름뱅이거나 벗는 방법을 모르는 뱀이 수없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뱀들에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주는 거울을 파는 뱀도 있다는 말씀.

그리고 뱀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 거울을 사고 싶어하는 거예요."

#화차 #미야베_미유키

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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