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끈 것, 다시 말해 그것을 착용한 사람을 딴사람인 양 변화시킨 것, 헤스터 프린과 오랫동안 허물없이 지내온 사람들조차 마치 그녀를 청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가슴 위에 화려하게 수놓아져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주홍글씨'였다.
이 글씨는 사람들과의 평범한 관계에 다가서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혼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게 하는 마법의 힘을 지녔다.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죽은 혼령이 친숙한 난롯가에 다시 찾아가봤자 더 이상 자신을 보여줄 수도 느끼게 해줄 수도 없고, 가족들의 기쁨에 더 이상 함께 웃을 수도 친척들의 슬픔에 함께 애도할 수도 없으며, 동정심을 드러내서는 안 될뿐더러 용케 자신을 드러냈다 하더라도 공포와 무서운 혐오감만 불러일으키듯이, 그녀는 겉으로는 세상의 관심사에 초연한 듯 보였지만 가여운 혼령처럼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실제로 세상 사람들이 마음에 품은 그녀에 대한 감정은 이러한 공포와 혐오감, 그리고 쓰디쓴 경멸뿐이었다.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아이는 주홍글씨의 또 다른 형태, 생명을 부여받은 살아 있는 주홍글씨였던 것이다!
사실 아이의 어미 스스로가-붉은색 치욕의 상징이 뇌 속 깊은 곳까지 불태웠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것마다 온통 주홍글씨와 비슷한 형태를 드러냈다-주홍글씨를 연상시키는 옷을 완성하려고 정성을 기울이기도 했다.
죄와 고통의 상징과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사이의 관계를 사람들이 유추하도록 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병적일 만큼 정교하게 솜씨를 발휘했던 것이다.
사실 펄은 죄와 고통의 상징인 동시에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헤스터는 펄의 옷차림을 통해 그토록 완벽하게 주홍글씨를 표현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그리고 이 풍경 안에 가슴에 손을 얹은 목사와 가슴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수놓은 주홍글씨를 단 헤스터 프린, 그리고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 고리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인 어린 펄이 있었다. 
세 사람은 대낮같이 환한 기이하고도 장엄한 빛 한가운데에 서 있었는데, 마치 빛이 모든 비밀을 밝혀주고 새벽은 서로 연관된 이들을 하나로 결합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이기심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남을 미워하기보다 서슴없이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 중 칭찬할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물론 무슨 일이든 제일 안 좋은 말만 하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 남의 말을 할 땐 지난날에 있었던 수치스러운 일들을 수군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안 좋은 추문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주홍글씨는 수녀의 가슴에 걸려 있는 십자가와 똑같은 의미를 지녔다.
주홍글씨는 헤스터에게 온갖 위험 속에서도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일종의 신성함을 부여했다.
그러므로 그녀가 설사 도적떼를 만났다 하더라도 주홍글씨가 안전하게 지켜줄 터였다.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남자들은 여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결혼 승낙을 받는다 해도 전전긍긍하기 마련인 것을!
여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남자의 미래는 로저 칠링워스처럼 비참하기 그지없으리라.
남자보다 훨씬 강한 힘이 어느 날 문득 신부의 모든 감각을 깨우면 마침내 신부는 열정 없이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이며 그마저 마냥 행복인 줄 알았던 남자의 차갑고 무심한 태도를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남자는 신부에게 온갖 비난을 받는가 하면 더 이상 신부에게 이런 생활이야말로 따뜻한 현실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속임수를 쓸 수 없게 된다.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당신이 사는 마을이 세상 전부인가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그 마을은 나뭇잎으로 뒤덮인,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숲만큼 적막하고 황량한 땅이 아니었던가요?
이 숲길을 따라가면 어디가 나올까요?
마을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그러셨지요!
그래요, 하지만 그 반대편을 가도 길은 있어요!
그 길로 깊이깊이 들어가면 황무지가 나오겠지요.
거기에서라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일일이 알 수 없을 거예요.
그곳에서 몇 마일만 더 들어가도 누런 낙엽 위에 더 이상 백인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지 않을 테지요.
그곳에서 당신은 자유예요!
조금만 길을 떠나면 당신을 그렇게도 비참하게 만들었던 세상을 떠나 아직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요!
숲이 이렇게 끝없이 넓은데 로저 칠링워스의 눈동자에서 당신 마음 하나 감출 만한 그늘이 없겠어요?"
#주홍글씨 #나다니엘_호손

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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