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가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자, 초나라에서는 안자가 키가 작고 왜소한 것을 놀려 기를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안자가 궁궐 앞에 이르자 대문 곁에 있는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키가 작음을 조롱한 것이었다.
이에 안자는 걸음을 멈추고 딱 버티어 이렇게 말하였다.
"개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자는 개구멍으로 들어간다.
지금 나는 초나라에 사신으로 온 만큼 초나라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이 문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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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그대와 같이 키가 작은 이가 사신으로 왔단 말이오?"
안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희 제나라는 사신의 임무를 맡길 때에, 각각 그 상대 임금에게 맞추어 하지요.
상대 나라의 임금이 어진 분일 때에는 어진 사람을 보내어 그 임무를 명하고, 상대 임금이 멍청할 때에는 그에 맞추어 멍청한 자를 보내어 그에게 사신의 임무를 맡기지요.
우리나라에서 제가 가장 멍청하답니다.
그래서 이 초나라 사신으로는 가장 적당한 자라고 하여 임무를 띠고 온 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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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는 대답하였다.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하다가 잡혔습니다."
왕은 안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귀국 제나라 사람은 정말 도둑질에 능한 모양이지요?"
그러자 안자는 자리를 피해 앉으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듣기로 귤나무가 회수 남쪽에 나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 자라면 탱자가 된다 하였습니다.
잎만 서로 비슷할 뿐 그 과실의 맛은 전혀 다릅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흙의 풍토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지금 백성이 우리 제나라에 태어나서 자라는 한, 도적질할 줄 모릅니다.
그러나 초나라에 들어오면 도적질을 하는 것을 보니, 이 초나라의 풍토가 사람으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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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는 이렇게 일러주었다.
"우리 집 가풍은 한가할 때 서로 조용히 무엇인가라도 상의하지 않으면 서로 소원해진다고 여기고, 나가서 서로의 장점을 들추어 주지 않거나 들어와서는 서로의 잘못을 고쳐 주지 않으면 서로 관계없는 자가 된다고 여기며, 나라 전체의 일에 아무런 의견도 없거나 선비에게 교만히 굴고, 안다고 거만하게 구는 자는 서로 사귀지 못하게 되어 있소.
이게 우리 집 가풍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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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듣건대 순종順從과 사랑을 게으름 없이 실천하면 백성을 부릴 수 있고, 포악하게 굴어 충성 없이 한다면 단 한 사람도 부릴 수 없다 하였습니다.
한결 같은 하나의 마음으로는 백 명의 임금도 섬길 수 있지만, 세 가닥 마음으로는 단 한 임금도 섬길 수 없는 것입니다."
공자孔子(仲尼)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평하였다.
"얘들아! 이를 기록해 두어라.
안자는 하나의 마음으로 백 명의 임금을 섬길 수 있는 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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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듣건대 행동으로 하는 자는 늘 성취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고, 걷는 자는 끝내 목적지에 닿게 마련이라 하였습니다.
나라고 해서 다른 사람과 특이한 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움직여 포기하는 일이 없고 항상 실행하면서 쉬지 않을 뿐입니다.
어찌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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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직지신社稷之臣입니다."
경공이 되물었다.
"무엇을 사직지신이라 하는 거요?"
그제야 안자는 이렇게 설명하였다.
"무릇 사직지신이란 능히 사직을 일으켜 상하의 직위를 구별하고, 그 위치에 맞게 부려서 백관의 질서를 제정합니다.
또 그 마땅한 것에 맞게 법과 명령을 만들어 사방 나라에 시행되도록 하는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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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이 말하였다.
"그럼 어진 이를 구하는 방법으 묻고 싶습니다."
안자는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가 어떤 이와 사귀는가를 보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말로 들어보되 화려하게 말 잘하는 것으로 그의 행동을 단정하지 말 것이며, 훼방이나 칭찬, 비방의 말들을 듣고 그의 거취를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이와 같이만 한다면 자기 행동을 떠벌리고 다니는 자가 없게 되며, 자기 자신을 숨기면서 임금을 거짓으로 영광스럽게 하려 드는 자도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통달한 바를 눈여겨보고, 궁하였을 때 그가 하지 않는 것을 살피며, 그가 부유하였을 때 어떻게 나누어 주는가를 살펴보며, 그가 가난하였을 때 기어코 취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켜 보는 것입니다.
무릇 상등급의 선비란 나가기는 어렵게 여기지만 물러서는 것은 쉽게 여기고, 그 다음의 선비는 나가기도 쉽게 하고 물러서기도 쉽게 합니다.
가장 낮은 선비는 나서기를 잘하나, 물러서라면 어렵게 여기는 것입니다.
이상 몇 가지 사실로써 사람을 취하여 쓰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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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안자가 나섰다.
"안 됩니다! 그런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이익될 것이 없습니다.
무릇 영험한 산이란 돌로 몸을 삼고, 초목으로 머리카락을 삼고 있습니다.
하늘이 오랫동안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그 머리카락은 타고 몸은 더워서 견딜 수 없겠지요.
그러니 산인들 비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산에다가 제사를 지낸다고 무슨 효험이 있겠습니까?"
경공이 다시 말을 바꾸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나는 황하의 신 하백에게라도 제사를 지내고 싶소.
그것은 어떻소?"
다시 안자가 반대하였다.
"안 됩니다! 하백은 물을 나라로 삼고 물고기와 자라를 백성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늘이 오랫동안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샘물은 자꾸 말라 낮아지고 온갖 냇물도 말라 버릴 것이며, 나라는 망하고 그 백성인 물고기도 죽어 없어지겠지요.
그러니 하백인들 어찌 비 내리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그런 하백에게 제사를 지낸들 무슨 효험이 있겠습니까?"
#안자춘추 #안자가_그립다 #안영 

제가 듣기로 백성의 재력을 궁하게 하면서까지 자신의 기호와 욕심을 이루려는 것을 포暴라 하며, 노는 것만 좇으면서 어떤 하찮은 물건에 임금의 위엄을 보이려는 것을 역逆이라 하며, 형벌과 사형을 그 법리에 맞지 않게 행하는 것을 적賊이라 한다 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 잘못은 나라를 지키는 데 있어서 큰 재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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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가 이를 보자 영공이 먼저 물었다.
"과인이 관리를 시켜 여자이면서 남장한 자는 그 옷과 띠를 다 찢고 잘라버린다 하였더니, 이에 걸려든 자가 저토록 줄을 서서 끝이 없으니 어쩌면 좋겠소?"
안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임금께서 궁궐 내의 부인들에게는 입도록 하면서, 궁궐 밖의 백성들에게는 금하시니, 이는 마치 문에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임금께서는 어찌 안에서부터 금지시키지 않으십니까?
그렇게 한다면 밖에서는 그렇게 하도록 권해도 감히 그렇게 할 자가 없을텐데요."
#안자춘추 #안자가_그립다 #안영 #羊頭狗肉 #牛首馬肉 

"아! 예로부터 죽음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안자가 이 말을 받았다.
"옛날 상제上帝께서는 사람의 죽음을 좋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유는, 어진 자는 쉴 수 있고, 어질지 못한 자는 굴복하게 하니까요.
또 만약 예로부터 죽음이 없다면 태공太公·정공丁公이 아직까지 이 제나라를 차지하여 임금 노릇을 하고 있었을 것이며, 환공桓公·양공襄公·문공文公·무공武公은 그의 재상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왕께서는 삿갓을 쓰고 거친 옷을 걸친 채 괭이를 들고 농사나 지으면서 저 밭두둑 가를 오가는 농부에 불과할 터인데, 죽음을 걱정할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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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왕은 안자에게 귤을 내놓았다.
그리고 칼도 곁에 두었는데 안자는 껍질을 벗기지도 않은 채 그냥 먹었다.
초왕이 물었다.
"귤이란 껍질을 벗기고 먹는 것입니다."
안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 임금 앞에서 먹을 것을 하사받은 경우, 참외나 복숭아를 깎아서 먹지 않으며, 귤이나 유자도 갈라서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더이다.
지금 만승萬乘의 군주께서 아무런 명령을 가르쳐 주지 않으시니, 저도 그 까닭으로 감히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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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이 안자에게 물었다.
"충신의 행동은 어떠해야 합니까?"
안자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임금의 허물을 덮어 두지 않고, 그 앞에서 간하되 밖으로는 떠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어진 이와 능력 있는 자를 뽑되 사사로이 자기 편으로 만들려 하지 않으며, 신분에 맞는 직위에 능력을 계산하여 녹을 받습니다.
어진 이를 보면 그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으며 녹이 자신의 역량을 넘지 않게 합니다.
권세 있는 자리에 있다고 해서 위세를 부리지 않으며, 자신의 지위가 높은 만큼 충성스러운 것이라고 여기지도 않습니다.
어진 면을 감추고 자신의 장점을 숨겨 버리는 일이 없고, 아랫사람에게는 각박하게 하면서 윗사람에게는 아첨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임금이 재위하는 한 태자太子에게 빌붙지 아니하고, 나라가 위험할 때는 다른 제후들과 친분을 갖지 않습니다.
순리에 맞으면 나가 벼슬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러납니다.
절대로 임금과 함께 사악한 짓에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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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이 물었다.
"아첨하는 자의 임금 섬김은 어떠합니까?"
안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재난이 있으라고 짐작되는 일에는 아예 나서지 않으며, 드러내어 밝혀야 할 언행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을 꾸밈으로써 모면하며, 임금과 친한 이를 사귀어 그를 통해 임금에 대한 사랑을 과시하려 합니다.
임금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를 살펴 몰래 그에 맞추어 주며, 임금의 측근을 알아내어 몰래 그에게 뇌물을 바칩니다.
속으로는 봉록과 지위를 중시하면서 겉으로는 이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행동을 속이지요.
아래에 있는 자로서 좌우 측근을 섬기면서 공정한 척하여 청렴을 위장합니다.
윗사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즉시 구해 와서는 이를 계기로 승진의 기회로 삼으며, 녹에 대해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새 것은 밝히면서 오래된 것은 업신여기고, 재물을 얻는 데는 발 벗고 나서면서 베푸는 데는 야박합니다.
빈궁한 자를 보면 나 몰라라하고 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놓칠까 달려가지요.
밖으로 사귐에는 스스로 자랑하고 친한 이를 등질 때는 그 합리화가 뚜렷합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훌륭한 것을 풍성히 쌓아 두면서 남을 구제하는 의義에 대해서는 말로만 뛰어납니다.
명예는 사실에 맞지 않고 말은 자신의 행동에 어긋납니다.
서로 의논할 일이 있을 때는 현賢·불초不肖가 어떠니 떠들기를 좋아합니다.
자기에게 있는 잘못에 대해서는 남이 자기를 비난해도 이를 못들은 척하고, 자기에게 잘못이 없을 때에는 남에게 좋은 행동을 갖추기를 요구하지요.
그들의 언어는 배짱이 가득하여 믿음직하게 보이고, 승진에는 민첩하면서도 겸손하고 순한 듯이 행동하지요.
이것이 곧 아첨꾼의 행동입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명석한 군주의 입장에서 보면 죽일 대상이지만, 어리석은 임금 눈에는 도리어 믿음직한 보필로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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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는 이렇게 일러주었다.
"무릇 수레바퀴를 만드는데 산에 있는 곧은 나무를 씁니다.
그 나무를 장인이 불로 달구어 둥글게 굽혀 규規라는 자에 맞추면, 비록 바짝 마른 후라도 다시 곱게 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바로 그렇게 굽혀질 수 있는 행동에 주의해야 합니다.
화씨지벽和氏之璧 같은 보물은 민간에 묻혀 그 가치를 발하지 못하였습니다.
훌륭한 옥공玉工이 이를 다듬자 나라의 존망에 관련될 정도의 값진 보물로 변한 것입니다.
이처럼 군자는 어떻게 수양할 것인가에 주의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여기 난초가 있습니다.
삼 년을 잘 키워놓고 이를 쓴 술에 담가 버리면 군자라도 그런 난초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고, 서인들조차 이를 달고 다니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미록의 고기 절이는 향료로 쓰면 그 절인 고기는 값이 말 한 필과 같이 됩니다.
이는 난초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 하는 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원컨대 그대는 반드시 어디에 쓰일 것인가를 살피십시오.
#안자춘추 #안자가_그립다 #안영

 

 

 

 

 

 

 

 

 

 

 

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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