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은 날마다 무고한 인명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먹고, 포악 방종한 수천 명의 도당을 모아 천하를 횡행했지만, 끝내 아무 천벌도 없이 제 목숨을 온전히 누리고 살았다.
이런 것은 대체 무슨 덕을 따라서 그렇게 되었는가?
이런 것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예들이다.
그 밖에 근세에도 그 하는 짓이 방종하고 남에게 못할 짓을 서슴지 않게 하고도 종신토록 호강하며 살고 부귀가 자손에게까지 이어지는 예도 적지 않다.
이런 일에 비해 걸음 한 번을 내딛는데도 땅을 가려서 밟고, 말 한 마디를 하는데도 적당한 때를 당해서만 말하고, 길을 가는데도 지름길을 가지 않고, 공정한 일이 아니면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재앙을 만나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일은 나를 아주 당혹케 한다.
이른바 하늘의 도리라고 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是) 그른 것인가(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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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와 숙제는 현인이지만, 공자의 붓을 통해서 비로소 그 이름이 드러나게 되었고, 안회는 학문에 충실하였지만 공자의 기미에 붙음으로써 그 품행이 더욱더 돋보인 것이다.
함께 동굴에 숨어 사는 선비라도 나아가고 들어갈 때를 가려서 처신하는데, 허유와 무광과 같은 분의 이름이 높이 나지 않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하겠다.
촌구석에 살면서 품행을 닦고 이름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도 덕 있는 명사를 만나지 못 한다면 어떻게 이름을 후세에 전할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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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의 해독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참으로 처참하지 않은가.
임금이라도 그 신하에게 원한을 품게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동열(同列)의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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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맹자의 저서를 읽고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어떠한 수단으로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가 있겠소?"하고 물은 대목을 접할 때마다 무심히 책을 놓고, "아, 이득이란 진실로 난의 시초가 되는 것이다."하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가 거의 이득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도 항상 난의 근원을 막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득만을 좇아 일을 행하면 원한이 많다."
천자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이득을 좋아하여 생기는 폐단은 조금도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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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는 반드시 죽는 것은 만물의 이치입니다.
부귀하면 추종하는 자가 많고, 빈천하면 교우가 적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군주는 아침에 시장에 가는 사람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여 앞을 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흔들고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저녁에는 시장에 상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이 군주께서 자리를 물러났을 때 손이 모두 떠나 버린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한 일로 원망을 하고 함부로 손의 길을 끊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바라건대 군주는 손을 대접하기를 본디와 같이 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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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각오하면 반드시 용기가 넘치게 된다.
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도로 받아 쥐고 기둥을 노려보았을 때, 혹은 또 진나라 왕의 좌우를 꾸짖을 때에는, 고작해야 자신이 죽으면 그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비들 중에는 비겁해서 감히 용기를 내려 하지 않는 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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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비천한 것처럼 부끄러운 것은 없으며, 곤궁한 것처럼 슬픈 것은 없습니다.
오래도록 비천하고 곤궁한 처지에 있으면서 세상의 부귀를 비방하고 남의 이득을 미워하며, 몸을 무위자연의 심경에 맡겨 스스로 고상하다고 하는 것은 선비 된 자의 진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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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와 진여는 빈천했을 때, 서로 믿고 서로 친하여 죽음조차 싫어하지 않고, 둘의 사이에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그런데 각기 나라를 세워 권력을 다투자, 마침내 서로가 멸망했다.
앞서는 서로 경모하고 신용하는 사이였는데, 뒤에 가서는 서로 배반하고 불신하는 사이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사리사욕 때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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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이 우수한 자가 자기 몸만을 온전히 못할까 걱정한 데 그치고, 촌척의 권세라도 쥐면 무리지어 붙기를 구름이 일 듯하고, 몸이 흥하기를 용으로 화하는 것같이 하여 시기의 운을 타려고 한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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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해오는 말로는 '임금이 어떤 인물인가를 모르면, 그가 부리는 사람을 보고, 자식이 어떤 인물인가를 모르거든 그가 벗하고 있는 사람을 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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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그 몸이 바르면 영을 내리지 않고도 행해지고, 그 몸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논어)'고 했는데 진실로 이광과 같은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나는 이광을 직접 보았는데 시골사람처럼 투박하고 소탈하며 말도 잘하지 못했다.
이광이 죽던 날, 천하 사람들은 그를 알거나 모르거나 간에 모두가 애도했다.
그의 충실한 마음씨가 정녕 사대부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리라.
속담에 '복숭아나 오얏은 말을 않건만 절로 그 아래 길이 난다'고 했다.
이 말은 사소한 것이지만 큰 이치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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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홍은 겉보기에 대인의 풍격을 지녔고 견문이 넓었다.
또한 언제나, '임금된 사람의 병은 마음이 넓고 크지 못한 데 있고, 신하된 사람의 병은 검소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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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가 정위로 있었을 때 밀려드는 손들이 문에 가득 찼지만, 벼슬이 떨어지자 대문 밖에 작라(새 그물)를 쳐도 될 정도로 사람의 출입이 드물어졌다.
다시 정위가 되자 또 손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글을 대문에다 크게 써서 붙여 두었다.
'한 번 죽고 한 번 사는데 곧 사귀는 정을 알게 되고,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함으로써 사귀는 모습을 알게 되고, 한 번 귀했다가 한 번 천해지면 사귀는 진정을 곧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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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유협(遊俠)의 경우는 어떠한가?
물론 그들의 행위가 반드시 정의에 합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에는 신용이 있고, 행동은 과감한 것이어서 한 번 승낙한 일에는 반드시 성의를 다한다.
자신의 몸은 아끼지 않으면서 남의 고난을 돌볼 뿐 일신의 존망 사생 따위는 아예 무시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수치로 여기는 것은 자신의 재능이나 덕을 자랑하는 일이다.
이런 것들로 보아도 그들 유협에게는 역시 본받을 점이 많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위급한 일은 어느 때 누구에게 밀어닥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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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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