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하여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
나, 그대가 있던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그대의 집을 찾는내 영혼은
두근대는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대의 숨결이 내 얼굴을 스치고,
나는 그대의 이름을 속삭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깨달은 것은 그대의 기쁨과 고통 모두였습니다
그대의 꿈은 나의 꿈이 되었고,
나는 산 속에 자리 잡은 호수처럼
그대 한가운데에 오롯이 서 있었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그 산의 모습을 속삭이고,
비탈진 기슭과 심지어는
그대를 스치는 욕망까지도 밝게 비추려 했습니다
얼마 후 그대가 보낸 웃음이
시냇물처럼 내 침묵을 향해 밀려왔습니다
그대가 동경한 청춘의 강물에서
한없이 허우적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가
내 마음속 밑바닥까지 이르렀음에도
강물은 여전히 노래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보다
그 노랫소리보다 더욱 달콤하게 다가오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그대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형체를 갖추고,
그로써 나는 그대를 보고
그대 또한 나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어떤 환상, 그 어떤 기대도
사랑보다 높이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사과꽃으로 덮인 거대한 떡갈나무처럼
그대 안에는 그 사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랑은 그 위력으로 우리를 지구에 묶어 주고,
그 향기로 우리를 우주로 쏘아 올리며,
그 영원성으로
우리를 불멸의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대는 들었을 것입니다
그대의 존재란 마치 쇠사슬과 같으며,
때로는 힘없이 끊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는 반쪽의 진리
그대는 강한 쇠사슬처럼 튼튼하기도 합니다

작은 것들로 그 가늠하는 일은
덧없는 거품으로 대양의 힘을 재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대들은 그 자체로 바다입니다
커다란 배가 그대들 기슭에 있다 해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들은 그 자체로 계절입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것을 부정하더라도
이미 봄은 그대들 안에 누워 미소를 지으며
결코 화내지 않습니다
하지마 이 모든 것을 좋게만 말했다고는 생각지 마십시오
다만 그대들 스스로 깨닫고 있는 것을 말했을 뿐
무언가를 깨닫다는 것은
말없이 깨닫는 것의 그림자입니다
그대들과 나의 말은
굳게 봉인된 추억으로부터 물결치는 파도입니다
우리는 물론 대지도 몰랐던 태고의 기억,
그 어지러운 대지의 밤들이 새겨져 있지요
현명한 이들은 그대에게 지혜를 주고자 오지만
나는 그대의 지혜를 얻고자 왔습니다
내 지혜보다 더 위대한 것을 찾았으니,
그것은 바로 그대 안에 불타고 있는 영혼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대는
거세지는 불꽃에는 상관없이
시들어 가는 것만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삶을 찾아 헤맬 때
무덤은 두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 무덤은 없습니다
이 산과 들판은 그대의 요람이며,
그대 조상의 뼈를 묻은 들판을 지나도 보면,
그대와 그대의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추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대는 내게 보다 깊은 갈증을 주었습니다
이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샘물을 마실 때면,
그 샘물도 목말라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하여 내가 샘물을 마실 때,
샘물 또한 나를 마심을
내 비록 들판에서 딸기를 따 먹고 살아도
그대의 식탁으로 달려갈 수 있는 것은
내 비록 사원의 문간에서 잠들 때도
그대의 잠자리로 달려갈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달콤한 음식을 먹고
꿈꾸며 잠들 수 있는 것은

나의 하루하루를 사랑해 주는
그대의 염려 덕분입니다
지금 나는 그대의 사랑 속에 있습니다

아주 깊이 사랑하다 P174~179
아주 깊이 사랑하다 / 칼릴 지브란


고해성사 


이제 당신에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살아 오는 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사랑했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사랑했습니다 

어렸을 때 사랑했던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것을 사랑하리라 맹세했습니다 

누구도 사랑하는 이에게서 

그 사랑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랑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바로 

당신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것은 나 아닌 누구도 느낄 수 없고 

때로는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 사랑은 

거리를 떠돌다 어느 구석진 골목에 서서 

외로운 나그네들을 부르는 유령이 될 때까지 

외로움에 부서지고 고독으로 시들어 버린 

작은 소녀와 같았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복을 사랑했지만 

사람의 길에서는 그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나는 오직 고독 속에서만 그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구하는 사랑은 

순결한 처녀처럼 틈만 나면 내게서 도망치려 했습니다 

그녀를 찾기 위해 내 마음 깊은 곳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그녀의 거울과 요람 

그녀의 옷가지만 있었을 뿐 

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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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향한 노래 


죽음이 다가와도 

그대 들을 수 있는 사랑의 노래 부를 것입니다

몸부림치는 파도가 

나를 깊이 바다 속으로 이끌어도 

보이지 않는 영혼이나마 그대와 함께 머물 것입니다 

죽음은 그저 우리 얼굴을 가린 가면만을 

변하게 할 뿐 


어부는 언제나 어부이며 

농부는 언제나 농부이며 

사랑하는 이는 

언제나 사랑하는 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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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버리는 날까지 그대들은 함께 할 것입니다. 

아니, 그대들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까지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그러나 사랑에 얽매이지는 마십시오. 

서로 저희 빵을 주되 어느 한 쪽만을 먹지 마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은 따로 있으십시오. 

마치 거문고의 줄들이 비록 한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간섭을 받지 않듯이. 


서로 진실을 바치십시오. 

그러나 서로 간직하지는 마십시오. 

오직 위대한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함께 서 있으십시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듯이, 

참나무도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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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등불 


연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먼저 말해 주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는 데 

말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은 

입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그보다 위대하고 순수한 것입니다 

침묵은 우리 영혼을 밝게 비춰 

진실된 속삭임을 들려 주고 

그리하여 두 영혼을 하나로 묶습니다 

침묵은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떼어놓아 

영혼의 창공을 떠도는 날개를 주며 

끝내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육체는 하나의 감옥에 불과하며 

이 세계는 유형지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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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인간이 입술에 올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 

가장 아름다운 부름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차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달콤하고 다정한 언어 

어머니는 모든 것 


슬플 때 위로가 되고 

절망에 빠졌을 때 희망이 되며 

약할 때 힘이 되는 존재 

사랑, 자비, 동정, 용서의 원천 


어머니를 잃은 사람은 

지친 몸을 뉘일 가슴을 잃은 것 

축복하는 손을, 지켜보는 눈을 

잃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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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어버린 그대여 


한겨울 헐벗은 나무는 

지난 여름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봄을 기다릴 뿐 


그 나무의 가슴은 

존재하지 않는 지난날이 아니라 

다가올 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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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사랑 


기억하세요 

당신은 내게 하나의 영혼이었음을 

당신이 던지는 그림자마저도 

내 얼굴엔 빛이었음을 


나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다만 우리의 사랑은 말이 없었을 뿐 

너울에 가려져 있었을 뿐 

하지만 지금 사랑, 그것은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당신 앞에 활짝 열려 있습니다 


사랑, 그것은 이별의 시간이 오기까지는 

그 자신의 깊이를 모르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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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결합된 사랑 


슬픔은 그녀와 나의 영혼을 

고리처럼 이어 주었네 

마치 우리가 상대의 얼굴에서 서로의 심장을 읽고 

그 숨겨진 메아리를 들었던 것처럼 

신은 우리의 육신을 하나로 만들었으니 

이별이란 고통 이외의 무엇이겠는가 

슬픔에 잠긴 영혼은 

자기와 닮은 영혼과 결합될 때 비로소 안식을 찾네 

그들은 애정을 다해 결합하네 

마치 이방인이 낯선 곳에서 

또 하나의 이방인을 만나듯이 

슬픔으로 결합된 가슴은 

행복이라는 영광에도 결코 헤어지지 않네 

눈물로 씻겨진 사랑은 

영원히 순결하고 아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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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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