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 왔던 정열을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도 일종의 노예근성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킨다는 것은 어떨까? 


따르는 것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 또한 길어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을 벗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스인_조르바 #니코스_카잔차키스


‘나는 언제쯤이면 나 혼자, 친구도 없고, 기쁨도 슬픔도 없고, 오직 모든 일이 꿈이라는 신성한 확신 하나만으로 고독 속에 있을 수 있을까? 


언제가 되면 내 육신이 단지 병이며 죄악이고 늙음이며 죽음이라는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숲에 은거할 수 있을까? 


오,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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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짐승입니다. 


짐승이라도 아주 대단한 짐승이지요. 


두목은 이걸 모릅니다. 


모든게 당신에겐 너무 쉬웠던 모양인데, 나에게 물으면 나는 짐승이라고 대답할 게요. 


이 짐승은 강하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하지요. 


하지만 친절하게 굴면 눈이라도 뽑아 갈 듯이 굴 겁니다. 


두목, 거리를 둬야 해요! 


그놈들 간덩이를 키워서는 안 돼요. 


우리는 평등하고 우리에겐 똑같은 권리가 있다, 그 따위 소릴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당신에게 달려들어 당신의 권리를 뺏고 당신 빵을 훔치고 결국은 굶어죽게 만들 거요. 


두목, 좋은 걸 다 걸고 충고하건대, 거리를 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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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오염된 적이 없다. 


온갖 것을 다 경험한 그의 마음은 열려 있다.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을 그대로 갖고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듯 풀어 버린다. 


그는 온몸의 체중으로 두 발을 대지에 버티고 서 있어서 겨냥을 잘못한다는 일이 오히려 드물 정도다. 


아프리카 야만인들은 뱀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거라고 믿으며 뱀을 숭배한다고 한다. 


배,꼬리,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인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란 공중을 나는 새처럼 골이 비어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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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음식으로 뭘 만드는가를 가르쳐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내가 듣기로 또 어떤 사람은 하느님께 돌린다고 하지요. 


그러니 인간은 세 가지 부류가 있는 겁니다. 


두목, 나는 최악의 인간도, 최선의 인간도 아니고 아마 중간 정도 되겠지요. 


나는 내가 먹는 것을 일과 좋은 유머에 씁니다. 


그러니 과히 나쁠 것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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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욕심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고 말처럼 일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서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홀로 별을 이고 물과 바다를 양쪽에 두고 해변을 걷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 인생이 동화되어 버렸음을 깨닫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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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의 마음은 피가 가득 찬 연못이다.'라는 옛말을 실감했다. 


나를 떠나 버린 내 사랑하던 사람들은 이 연못에 몸을 던져 피를 마시고 다시 태어난다. 


더 깊이 사랑했던 사람일수록 내 가슴의 피를 더 많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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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인생을 회상했다. 


지난 인생은 흐리멍덩하고 모순과 망설임 따위로 점철된 꿈같은 반생이었다. 


나는 허무한 기분으로 지난 일을 떠올렸다. 


공중에서 내 인생은 바람을 맞은 구름 한 조각처럼 끊임없이 모습이 바뀌었다. 


그것은 흩어졌다가는 다시 모였고 모였다가는 다시 변하여 차례로 백조,개,악마,전갈,원숭이가 되었다. 


구름은 하늘의 바람과 무지개에 쫓겨 다니며 언제나 흩날리고 찢기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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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게 아주 겁이 나는 문제가 하나 있어서 두목에게 조언을 구해야겠습니다. 


유일하게 두려운 한 가지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날마다 마음이 괴롭다니까요. 


두목, 겁나는 게 무엇인고 하니 그건 바로 나이 먹는 것입니다.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죽는다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죽고 나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늙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나이 먹어 가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는 건 예사로 싫은 노릇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별짓을 다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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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당신은 그 잘난 머리로 나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하지요.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다른 놈은 틀렸다······.’ 


그래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다는 말입니까? 


나는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당신의 팔과 가슴을 봅니다. 


그 팔과 가슴이 어떤 상태인지 아십니까? 


그들은 다만 침묵을 지키고 있지요.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마치 죽어있는 것같이 말이오. 


그래 당신은 무엇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그 머리로 말이오? 


웃기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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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생이란 것이다. 


변화무쌍하고,요령부득이고,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마음대로 안 되는·····무자비한 것이 인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무식한 크레타 농사꾼들은 지구 저쪽 끝에서 온 늙은 카바레 가수를 둘러싼 채 자기네들은 죽지 않을 듯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낯선 새가 하늘에서 떨어져 날개를 부러뜨린 채 퍼덕거리며 죽어가고 있는 모양을 해변에 모여 구경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이 가엾은 부인이 마치 늙은 공작새,늙은 앙고라 고양이,병든 물개나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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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가 방으로 들어와 죽은 여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벨벳 리본을 목에 두른 채 팔을 포개고 누워있는 그녀는 비록 얼굴은 누렇게 뜨고 파리 떼로 뒤덮여 있었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조르바는 생각했다. 


‘한 줌의 흙일 뿐이야. 


배도 고프고, 웃기도 하고, 키스도 했던 한 줌의 흙. 


한 줌의 흙이면서도 지금은 사람을 울리는 것. 


대체 우리를 이 땅에 데려다 놓은 악마는 어떤 놈이고, 이 땅에서 데려가는 악마는 또 어떤 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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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고 있었다.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은 


지식도,미덕도,선도,승리도 아닌 보다 훌륭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세계에 대한 신성한 경외감임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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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우리는 한낱 구더기에 불과합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의 조그만 잎사귀에 붙은 아주 작은 벌레지요. 


이 조그만 잎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입니다. 


다른 잎들은 밤마다 가슴 설레며 바라보는 모든 별들입니다. 


우리는 이 조그만 잎 위에서 우리에게 놓인 길을 조심스럽게 시험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잎의 냄새를 맡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알아보려고 맛을 보고 그런 후엔 먹을 만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이 잎의 위를 두드려 봅니다. 


잎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소리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겁이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잎 가장자리까지 이릅니다. 


거기에서 머리를 빼고 엄청난 혼돈을 내려다 봅니다. 


그러고는 부들부들 떱니다. 


밑바닥의 나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된 거지요. 


우리는 멀리서 거대한 나무의 다른 잎들이 사각대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뿌리에서 우리가 있는 잎으로 수액을 빨아올리는 걸 느낍니다. 


우리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요. 


그러나 끔찍한 나락을 내려다보고 있는 우리는 몸도 마음도 공포로 얼어붙고 맙니다.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게······.” 


나는 말을 멈추었다. 


나는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게 바로 시詩'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르바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말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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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란 무엇일까? 


세계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이며 덧없는 인간의 목숨이 어떻게 세상의목표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단 말인가? 


조르바의 생각으로는 인간이나 사물의 목표는 쾌락을 성취하는 데에 있었다. 


어떤 이는 정신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둘은 한 차원을 높여서 보면 똑같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육체가 소멸하고 난 뒤에도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육신의 잔재가 남아 있을까? 


만약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영원불멸을 그리는 우리의 끝없는 염원은 우리가 영원불멸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짧디짧은 우리 인생에서 무엇인가 영원불멸한 것을 소망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리스인_조르바 #니코스_카잔차키스


“새 길을 만들려면 새 계획이 필요해요. 


나는 이미 지난 일은 어제로 끝냅니다. 


내일 일어날 일은 미리 생각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뿐입니다. 


나는 매순간 자문합니다. 


‘조르바, 너는 뭘 하고 있느냐?’ 


'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너는 무엇을 하느냐?’ 


'일하고 있네.’ 


'열심히 하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하느냐?’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다른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자네와 그 여자 밖에 아무도 없는 거야. 실컷 키스하게.’”

#그리스인_조르바 #니코스_카잔차키스


“전능하신 하느님, 당신이 날 어쩌겠습니까? 


기껏해야 생명을 가져가는 수밖에 더 있습니까? 


좋아요, 나를 데려가세요. 


그래도 좋아요. 


나는 분풀이도 실컷 했고 하고 싶은 말도 실컷 했고, 춤출 시간도 있었으니······. 


더 이상 당신의 은총은 필요 없어요!”

#그리스인_조르바 #니코스_카잔차키스


손안에 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더러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더러는 악마라고 부르는- 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덤벼들었지만 우리는 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참패했지만 속으로는 정복자가 된 것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게 된다. 


외적인 패배가 지고한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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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㗢동죽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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